제각각 독특한 관전포인트를 자랑하는 여름 성수기 대작 네 편이 차례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빅4'라고 명명된 이 네 편의 작품 중에서 2016년의 첫 천만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좀비물부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재난 영화,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드라마와 전쟁 영화까지, 남녀노소 관객의 보편적 취향을 겨냥한 작품들 사이 최후 승자는 어느 영화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좀비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은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좀비물'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상반기 화제작 '곡성'에 좀비 등장신이 있긴 했지만, 이 작품은 좀비들의 창궐한 서울을 떠나는 부산행 KTX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에서 '본격 좀비 영화'에 가깝다. 영화 종종 보이는 날카로운 비판 의식은 덤이다.
'부산행'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큰 이유는 이 영화가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영화는 칸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상영회에서 5분 이상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흥행성을 입증했다. 배우 공유, 마동석, 정유미, 최우식, 안소희, 김수안 등이 주연을 맡았고, '돼지의 왕' 등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첫 실사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오는 20일, '빅4' 중 가장 먼저 개봉한다.
◆ 히어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의 개봉 전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의 출연이다. 리암 니슨은 '인천상륙작전'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았고, 공개된 스틸 컷 등을 통해 실제 맥아더 장군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인천상륙작전'은 기본적으로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 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꿨다고 여겨질 만큼 중요한 사건. 이를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 분)과 가려졌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명량'의 뒤를 이어 관객들의 환영을 받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정준호 등이 주연을 맡았으며 '포화속으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행'과 일주일 차를 두고 27일 개봉한다.
◆ 대형사고
'빅4' 중에서 가장 현실에 맞닿은 작품이 영화 '터널'(김성훈 감독)이다. '터널'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던 평범한 가장이 무너진 터널 안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갑작스러운 재난과 거기에 반응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베테랑' 못지 않게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감독의 연출력이다. 김성훈 감독은 2013년 '끝까지 간다'로 7년 만에 컴백해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끌어낸 바 있다. 이번 '터널'에서도 관객을 '들었다놨다' 하는 솜씨가 다시 한 번 발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출연하며 오는 8월 10일 개봉한다.
◆ 홍일점
'덕혜옹주'(허진호 감독)은 '빅4'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 주인공을 앞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충무로에서 몇 안되는 '쉼 없이 일하는 여배우'인 손예진이 주인공인 '덕혜옹주'를 맡아 드라마틱한 실존 인물의 삶을 보여줄 예정이다. 거기에 '믿고 보는 배우' 박해일과 라미란, 백윤식 등이 가세했다.
'덕혜옹주'의 강점은 유명한 원작 소설이다. 권비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먼저 소설을 접한 팬들을 예비 관객으로 뒀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없지 않다. 더불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 받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도 기대감을 준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