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로서 입을 닫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방송인 김구라가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정사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 재미와 공감을 위해 이혼과 채무 등을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밝히는 김구라의 남다른 책임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구라는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진행된 새 예능프로그램 '대규모 생존 미팅-솔로워즈' 기자간담회에서 또 다시 가정사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제가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진행을 하다보면 출연진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혼과 채무 등 그의 가정사가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에서 불편하다고 피할 수 없는 예능인의 고충과 책임감이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김구라는 전 아내가 수십억 원의 빚을 졌고, 성실히 갚겠다고 밝힌 바. 그리고 이후 이혼을 하면서 사생활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아무래도 그가 원하지 않아도 방송에서 결혼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가정사와 연관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그래도 김구라는 피하지 않았다. 언제나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야기를 했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누군가는 그의 농담을 '셀프 디스'라고 했고, 누군가는 자꾸만 사생활을 이야기한다며 '사생활팔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구라는 피하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자신 역시 마음 편하지 않으면서도 가정사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예능인이기 때문.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예능인으로서 차포를 떼고 진행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김구라가 모를 일 없을 터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발언을 했을 터. 언제나 통찰력 있으면서도 재치 있게 진행을 하는 김구라다운 책임감과 성실한 자세다.
김구라는 과거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예능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가정사가 방송과 연결이 안 될 수 없다. 그리고 난 유독 가족 예능에 많이 출연해서 가정사를 희화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빚이 있다고 해서 집 이야기를 안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예능인으로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야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자신에게 그런 공감형 대화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쿨하게' 농담으로 가정사를 언급하는 김구라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설을 주무기로 하면서 때론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진행에 대한 호평은 엇갈리지 않는 예능인. 지금 이 순간도 직무유기를 하지 않고 안방극장에 웃음과 공감대 형성을 이끌고 있는 김구라의 담담하지만 진정성 있는 발언이 강한 울림을 안기고 있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