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철저히 논리가 지배하는 분야다. 마술사들은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너무나도 간단히 만들어내지만, 이 완벽한 속임수를 위한 무대 아래 두뇌의 고군분투는 가히 상상 이상이다. 손톱 만큼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마술 공연을 위해 마술사들은 마치 스포츠 선수처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그런데 영화 ‘나우유씨미2’의 매지션들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논리의 영역을 벗어난 마법 같은 순간들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현혹한다.
지난 2013년 개봉된 ‘나우유씨미 : 마술사기단’ 역시 그랬다. 마술임을 전제하고 보더라도 불가능할 것 같은 광경들이 펼쳐진다. 특히 ‘나우유씨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해 온, 대도시 전체를 장악한 ‘포호스맨’의 모습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봐야만 한다. ‘나우유씨미2’에 첫 등장한 월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의 극 중 대사에 “과학이 마술을 이긴 거야”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하니, 이 영화는 마술과 마법을 동일선상에 올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혹자는 마술사기단 ‘포호스맨’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터다. 그러나 ‘나우유씨미’ 시리즈가 제공하는 엄청난 비주얼은 관객들에게 몰입감과 압도감을 동시에 주며 그 자체 만으로도 가치를 획득한다. 또 누구나 이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세계적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지휘 하에 출연진이 직접 연마한 ‘진짜’ 마술 또한 볼거리다.
그 옛날 ‘아빠의 도전’에서 봤을 법한 카드 튕겨 사물 맞추기는 훨씬 업그레이드된 스케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호스맨’이 적들의 눈을 피해 카드를 이리저리 주고 받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이 절로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터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던 비를 멈추는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 분)의 모습은 그 상상력 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다소 김빠지는 전개일 수도 있지만, 1편에서 뿌려졌던 ‘떡밥’들도 섬세한 방식으로 회수됐다. 특히 영화 속 전설의 매지션 라이오넬 슈라이크와 그의 아들인 딜런(마크 러팔로 분)의 이야기와 태디어스(모건 프리먼 분)의 비밀이 ‘나우유씨미2’에서 전부 공개됐다. 전편의 헨리(아일라 피셔 분) 만큼 매력적인 ‘포호스맨’의 새 홍일점 룰라(리지 캐플란 분)의 등장도 반갑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를테면 ‘포호스맨’이 오토바이를 몰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 룰라에게만 “오토바이 운전할 줄 아냐”는 물음이 던져지는데, ‘나우유씨미2’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룰라는 “왜 남자들한테는 안 물어보고 나한테만 물어보냐”고 통쾌한 반문으로 응수한다.
뿐만 아니다. 최고의 마술 도구 판매상인 중국인 할머니를 찾아간 극 중 캐릭터가 과한 제스처를 사용해 가며 영어를 사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중국인 할머니는 그렇게 큰 동작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냐며 퉁명스럽게 묻는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인물은 “얘가 인종차별주의자라 그런다”며 뼈 있는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모든 것을 감시당해야 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해석도 흥미로웠다. 전편 만큼 화려한 비주얼과 영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 새로운 인물들의 활약은 시리즈의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나우유씨미2’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