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크린에는 ‘악마의 편집’을 화두로 던지는 의미 있는 영화가 개봉했다. 바로 ‘트릭’(감독 이창열)이다. 악마의 편집이란 실제 사건의 인과와 상관없이 교묘하게 짜깁기를 해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는 편집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는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을 마치 한 것 같이 보이면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 분)을 두고 시청률에 미친 감독 석진(이정진 분)과 방송에 중독된 아내 영애(강예원 분)는 시청률 조작을 위한 위험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최근 김태훈은 OSEN과 만나 영화와 관련한 비화를 모조리 털어놨다.
역시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처럼 인터뷰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악마의 편집에 관해서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는 MSG처럼 곁들여지는 ‘악마의 편집’. 제작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적어도 남을 짓밟으면서 하는 건 피해야 하지 않겠냐는 소신을 밝혔다.
“사실 카메라 앞에서의 트릭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면 할 수 있어요. 원래 대화를 할 때도 사람을 보고 얘기해야 하는데 카메라 각도에는 안 나오는데 약간 틀어져서 대화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트릭을 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환경이 있긴 하죠. 이처럼 아주 작은 곳에서 트릭이 시작할 수는 있지만 수위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것을 만들어가는 걸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가 ‘트릭’의 도준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건 시한부라는 설정이 아니다. 물론 촬영 전 다큐멘터리를 몇 편 찾아보긴 했지만 이내 속상한 마음과 출연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고. 영화에서도 보이는 설정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즉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악마의 편집의 희생자가 되어본 적이 있느냐는 말에는 아직까지는 없었다는 다행스러운 답변이 이어졌다. 예능프로그램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 그러나 그를 한 번 만나보면, ‘왜 예능에 출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유쾌함이 넘친다.
“예능에 나가본 적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활약은 없었어요.(웃음) 저번에 ‘두시탈출 컬투쇼’에 나갔을 때도 저는 분명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컬투 분들이 저에게 말수가 적다고 하시더라고요. ‘적재적소에 전 되게 웃겼는데요’라고 대답했어요. 방송을 주도하는 건 못할 것 같고 옆에서 감초처럼 하는 건 자신 있어요. 대본대로 해서 웃기는 건 못하겠는데 순간적으로 나가는 애드리브는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의도대로도 웃기고 애드리브도 웃기는 개그맨 분들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인터뷰 중간 중간 적재적소에서 던지는 개그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때문에 인터뷰에서도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다. 그만의 독특한 개그 스타일이 있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의 범주에 든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본인은 매우 젊다고 주장했지만.
“제가 아재 매력이요? 전 아직 아재가 아니라 심정을 모르겠어요.(웃음) 상대방을 유쾌하게 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이렇게 웃어주시면 계속 (개그가) 막 나오죠. 유머는 서로 간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도 상대방을 짓밟지 않고 표현하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중요한 것 같아요. 웃기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그의 촬영장은 늘 웃음이 넘친다. 배우간의 신경전도 날선 분위기도 거의 없었다고. 늘 유쾌하고 즐겁게 찍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해피바이러스가 모두에게 전파되는 것은 아닐까. 단 한 시간 만에 인터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어버린 힘이 분명 존재했다.
“이번 작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왔어요. 한 이미지로만 생각하지 않으시고 여러 캐릭터를 제안해주신 덕분이라 정말 감사하죠. 매체도 가리지 않는 건, 제가 선택한 작품들은 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에요. 그렇다면 장르나 독립영화, 드라마 등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순간 하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 생기면 늘 도전하고 있어요.” / besodam@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