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로맨스’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착했던 ‘힐링’로맨스로 말이다. 악역 하나 없이도 재미를 챙겼고, 성장하는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며 의미 있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는 지난 5월 25일 첫 방송돼 약 3개월 동안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인해 가장 핫한 배우 류준열과 로맨틱 코미디의 여신 황정음이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바. 봄과 초여름 찬란했던 햇빛처럼 뜨겁게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보통 로코에서 볼 수 없었던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주인공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다. 심보늬(황정음 분)는 스스로를 액운이라고 생각해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대신 팥과 소금, 부적을 들고 다니는 독특한 그림을 선보였다.
이러한 미신을 통해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됐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보늬는 식물인간이 된 동생 심보라(김지민 분)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했는데, 악연으롬 만난 제수호(류준열 분)가 호랑이띠 남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엮인 수호와 보늬는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렸다. 남녀주인공 모두가 시련을 딛고 성장해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도 의미가 깊었다. 보늬는 미신을 맹신하게 된 이유가 과거의 상처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을 안쓰럽게 했다. 부모님의 죽음, 동생의 사고, 학창시절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의 크고 작은 사고 등이 있었던 바. 여러 차례 보늬는 자신이 액운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성장했을 터다.
마지막 회에서 선보였던 게임 ‘윌’은 앞으로 미신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보늬의 결심 그 자체였다. 수호 역시 마찬가지다. 천재소년이라는 점에서 받았던 과한 관심으로 인해 동굴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왔던 바. 보늬라는 빛을 만나고부터 세상에 부딪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게임 ‘미라클’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악역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더욱 소중했다. 주로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로 연적을 투입시키는데, ‘운빨로맨스’는 달랐다. 최건욱(이수혁 분)과 한설희(이청아 분) 역시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건욱은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죄책감을 딛고 일어났고, 설희 역시 홀로서기하며 더욱 근사한 여성이 됐다. 모두가 상처를 하나쯤 품고 있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는데 한몫했다는 평이다.
특히 두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해 더욱 폭넓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수혁은 귀여운 모습으로, 이청아는 똑 부러진 알파걸로 변신한 것. 배우들에게도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이밖에 보늬의 친구 이달님(이초희 분)과 수호의 친구 한량하(정상훈 분)를 비롯해 제제팩토리 식구들인 이현빈(윤봉길 분), 송대권(정영기 분), 류지훈(진혁 분), 가승현(차세영 분) 등 극의 재미를 더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였던 작품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운빨로맨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