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두 부성애가 영화 '부산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산행'에서 극 중 석우(공유 분)가 선사하는 부성애, 그리고 상화(마동석 분)가 선사하는 부성애 등이 '부산행'의 쫄깃한 스토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부산행'은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은 승객들이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며 부산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KTX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다 보니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다양하다.
열차와 항상 함께하는 승무원들은 물론, 열차를 운전하는 조종사, 그리고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승객들까지. KTX 열차에 올라탄 캐릭터들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부산행'을 이끌어가는건 석우와 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 분), 상화의 아내 성경(정유미 분), 고등학교 야구부 에이스 영국(최우식 분), 응원단장 진희((안소희 분) 등 다양한 캐릭터들도 '부산행'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그럼에도 극은 석우와 상화의 진두지휘 속에 진행되어진다.
이 두 캐릭터는 모두 '부성애'라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석우는 살기 위해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딸 앞에서만큼은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빠로 등장하며 상화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로 등장한다.
두 사람이 KTX 열차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건, 본인이 살기 위해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성애 때문이다. 석우는 자신보다 딸을 먼저 생각하는 본능적 부성애를 선보이며, 상화 역시 아내는 물론 뱃속에 있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렇듯 부성애로 똘똘 뭉친 두 캐릭터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먼저 공유표 아빠는 다소 차갑다. "아빠는 자기 밖에 모르잖아요"라며 울먹이는 딸 수안의 대사처럼, 공유가 그려낸 석우는 승승장구하는 펀드 매니저로 가족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담겨있다. 비록 딸 생일을 맞아 작년과 똑같은 생일 선물을 주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딸의 작은 스킨십 하나에 감동받는 평범한 아빠다. 어찌보면 일에 매달린 것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딸을 키우고 싶었던 부성애에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석우 캐릭터를 공유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표현해냈다. 딸 앞에서 차가웠다가도 무장해제되는, 점차 커지는 부성애로 휩싸이는 석우의 모습을 공유는 눈빛만으로도 표현해내며 극에 더욱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상화는 석우보다는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아빠다. 자신의 아이가 있는 아내의 배를 흐뭇하게 만져보는가 하면 배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수안에게 "이거 아저씨가 만든거야"라는 유머러스한 멘트까지 날릴 줄 안다.
뿐만 아니라 아내 사랑 역시 끔찍하다. 화장실에 있는 아내를 위해 화장실을 기다리는 수안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여보, 갔어요. 마음놓으세요"라는 귀여운 말까지 건네니, 마블리 마동석이 또 한 번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감염자들 앞에선 영락없는 상남자다. 석우가 머리를 사용하며 좀비를 무찌른다면 상화에게 그런 것이란 없다. 그저 정면돌파. 정면돌파임에도 관객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드는건 마동석의 화려한 맨손 액션 덕분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