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의 희생이라는 사실을 안 남자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처음에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사실에 기뻤을 것이고, 나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줄 수 없다는 것이 슬펐을 터다. 마지막 방송만을 남겨 두고 있는 ‘마녀보감’ 윤시윤의 이야기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마녀보감’에서는 허준(윤시윤 분)이 조선에 역병이 창궐하게 한 주범으로 몰려 화형당할 위기에 처한 연희(김새론 분)를 구했다.
그토록 믿고 따랐던 오빠 풍연(곽시양 분)이 흑주술에 홀려 붙인 불에 죽기 직전까지 간 연희는 극적으로 옥에서 풀려난 허준 덕에 피신할 수 있게 됐다. 목숨을 던진 허준의 고군분투로 연희는 몸을 추스를 수 있었고, 궁궐에 돌아가 선조(이지훈 분)와 조선을 구할 방법을 도모했다.
이때 풍연은 연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소격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준은 연적 풍연을 위해 마시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명경수를 지어 선물했다. 허준의 따뜻한 배려 덕에 풍연은 완전히 잃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 최현서(이성재 분)의 환영과 마주했다. 풍연의 마음 속 최현서는 여태 풍연이 연희를 향한 책임감과 연정을 혼동해 집착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일러줬다. 그제서야 풍연은 모든 짐을 덜고 눈물을 흘리며 연희의 행복을 빌 수 있게 됐다.
극적으로 함께 있을 수 있게 됐지만 오랜 저주라는 큰 산을 남겨 둔 허준과 연희 앞에 풍연이 나타났다. 허준의 배려는 이 순간에도 빛났다. 그는 슬쩍 자리를 비켜 주며 풍연이 연희와 마음 정리를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허준과 연희 사이에는 잠깐의 행복한 시간이 주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댄 채 저주를 풀린 후의 미래를 그렸다. 연희는 “저주 풀고 나면 우리에게 만 일 쯤 남을 걸?”이라고 말했고, 허준은 “30년 동안 같이 사는 거야? 무슨 청혼을 이리 불쑥 해?”라고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달달한 농담을 주고 받은 후 허준은 진지하게 “너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갈 거야”라고 말했지만, 이 연인 앞에 펼쳐진 미래를 이미 알고 있기에 그의 얼굴은 너무도 슬펐다.
자신의 남은 생명을 불태워 가며 홍주(염정아 분)로부터 저주의 비밀이 담긴 마의금서 마지막 장을 빼앗은 최현서는 이를 허준에게 넘겼다. 여기에는 연희를 살리기 위해 허준의 희생, 곧 죽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허준은 거처로 돌아와 최현서에게 받은 마의금서를 불태웠다. 그에게는 이미 연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굳은 결심이 선 듯했다. 허준은 잠든 연희를 바라보며 “너 때문에 살아갈 이유가 생겼고, 너로 채워진 날들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며 입을 맞췄다. 그가 마의금서를 없앤 것은 자신이 죽더라도 연희가 그 이유를 평생 몰랐으면 해서였다.
“모든 사람에게는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말했던 연희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허준은 “나 태어난 이유를 찾은 것 같다”고 되뇌였다. 이토록 절절한 순애보가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는 것은 억울하다. 그래서 허준은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 허준과 연희가 저주를 푼 후 30년, 그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한 까닭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마녀보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