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은 좀비를 내세운 블록버스터 영화다. ‘부산행’을 두고 한국에서 어떤 수준의 좀비 영화가 만들어졌을지 기대하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부산행’은 좀비를 통해 사람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서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도시 부산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공유와 마동석과 정유미 그리고 안소희와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
‘부산행’에서는 좀비 영화이니만큼 좀비들이 떼로 등장해서 영화적인 쾌감을 주는 장면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좁은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좀비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한국에서 만든 좀비 영화지만 좀비들의 엉성함으로 인해서 영화적인 몰입이 깨질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좀비들은 결국 배경이다. 좀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좀비로 인해 발생한 전대미문의 재난에 휘말린 인간들의 군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확실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우뚝 선 연상호 감독의 특기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부산행’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전부 다 특색을 갖추고 있다. 영화 등장하는 석우(공유 분), 상화(마동석 분), 용석(김의성 분) 등 모두 각기 다른 입장과 성격을 보여준다. 석우는 이기적이고 냉철한 펀드매니저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변해가면서 중심을 이끌어 나간다. 상화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역할로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나서면서 영화의 웃음을 꽉 잡고 있다. 이 영화의 악역은 좀비가 아니라 용석이라고 할 정도로 무한한 이기심을 보여주는 역할이다. 관객은 각자 연령과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에 자신을 몰입할 수 있다.
‘부산행’을 통해 첫 실사영화에 도전한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인 ‘사이비’, ‘돼지 의왕’ 등에서 담아냈던 냉정한 현실의 단면을 제대로 담고 있다. ‘부산행’은 천편일률적인 한국영화계에서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장르를 넘어선 통찰을 담고 있다./pps2014@osen.co.kr
[사진] '부산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