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는 아이돌은 드라마계에서 복(福)일까 아니면 화(禍)일까.
최근 흥하고 있는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아이돌 출신 배우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이돌=발연기’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 화면을 밝히는 특유의 상큼함은 잃지 않으면서도 극의 흐름을 깨지 않는, 오히려 기대 이상의 열연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연기로 호평 받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예전에는 주로 주인공의 친구 혹은 가족 중 귀여운 막내와 같은 역할들을 맡아온 반면, 요즘에는 주인공으로도 척척 캐스팅되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늘어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도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 수지, SBS ‘미녀 공심이’ 민아, tvN ‘굿와이프’ 나나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2011년 KBS 2TV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한 수지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연기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리고 이번 ‘함부로 애틋하게’에서는 그간의 ‘첫사랑 이미지’와는 또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 이보다 속물일 수 없는 다큐멘터리 PD 노을 역으로 푼수 같으면서도 어딘가 처연한 느낌을 주며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이는 민아도 마찬가지. 조연부터 웹드라마까지 차근차근 성장해온 민아는 이번 ‘미녀 공심이’를 통해 제대로 ‘연기돌’로 쐐기를 박았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탈모변신부터 감정 몰입을 요하는 눈물 연기까지 척척 해내며 호평을 이끌어낸 것.
그런가하면 나나의 연기는 ‘굿 와이프’ 최고의 반전이었다.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기로 방영 전 그를 향했던 우려 섞인 시선을 씻어버린 것. 사실 그는 국내에서는 애프터스쿨 활동과 예능 출연으로 잘 알려졌지만, 중국에서는 tvN ‘인현왕후의 남자’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상애천사천년’과 2015년 개봉한 영화 ‘두랍랍2’ 등을 통해 연기에 도전한 바 있는 경험자다.
이처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무대에 이어 브라운관까지 접수한 가운데, 이러한 ‘연기돌’의 활약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종류로 나뉜다. 드라마계와 영화계 모두 골머리를 썩고 있는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을 해결할 묘안이라는 의견과 신인 발굴 가능성을 빼앗고 아이돌 위주의 연예계를 주도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바로 그것.
즉 '연기돌'을 두고 넝쿨째 굴러온 돌로 바라보는 시선과 박힌 돌도 빼내는 굴러온 돌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딪치고 있는 것. 이제는 아이돌에게 연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의견이 맞는 것일지 앞으로의 세태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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