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필모는 끝까지 민폐다. 자신의 곁에서 오랜 시간 힘들게 고통받아온 김소연이 이제 막 이상우를 만나서 행복해지려는데, 그걸 또 정면으로 막아섰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지난 16일 방송된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에서는 이제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서지건(이상우 분)과 봉해령(김소연)의 모습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해령에게 턱시도를 입고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바라는 지건, 이에 "사랑한다"고 화답하는 해령. 지건의 가족도 모두 해령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아무래도 유현기(이필모)다. 초중반에는 비서와의 불륜과 철저한 무시, 무개념 시월드에서 고생하는 해령을 모른채해 짜증을 유발했던 바로 그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또 다르다. 시한부를 통보받고, 점점 악화되는 모습은 착한 해령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해령을 포기하지 못하고, 해령의 부모를 찾아가고, 또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는 처지는 딱하다. 넥타이를 매어주는 해령을 보고 과거 모질었던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도 십분 헤아려진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내세워 해령의 마음을 돌리려는 방법은 확실히 옳지 않다.
또 아들을 향한 지나친 집착으로 뭔가 사고라도 칠 것 같은 현기의 모친 장경옥(서이숙)의 꿍꿍이가 향후 뭔가 또 한 번의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악화된 병세에 기억까지 왔다갔다 하는 현기의 상태에 해령은 물론 지건도 의사로서 걱정되긴 마찬가지. 하지만 불쑥 찾아와 "여보"라고 해령의 손을 낚아채거나, 죽은 아이를 배웅가기 위해 간 현기 때문에 약속을 깨고 달려가는 모습은 지건에게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기의 이런 태도는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껏 괴롭혔던 해령이 이제 평생을 곁에서 함께할 사람을 만난 것을 알았다면, 이제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축복해줘야 할 순간이다. / gato@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