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공포 체험인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정준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번 '귀곡성' 특집은 '무도'이기에 가능한 역대급 미션임에 틀림없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또 하나의 히트작을 완성해냈다. 바로 영화 '곡성'을 패러디한 '귀곡성'. 멤버들이 직접 만든 각자의 귀신집에 다른 멤버들을 초대하는 방식이었는데, 3번 비명을 지르면 탈락을 하게 된다.
각각의 집마다 난이도가 달랐는데, 역시 기대를 모으는 건 최강 겁쟁이 유재석과 정준하의 리액션. 아니나다를까 유재석은 가장 낮은 난이도임에도 불구하고 비명을 3연속으로 아낌없이 내질렀다. 정준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상급 공포 유재석의 귀신집에 들어간 정준하는 위에서 떨어진 귀신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산만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호들갑이나 귀신을 보고는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정준하는 모두가 예상된 그림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큰 웃음 포인트가 됐다.
또 하하가 꾸민 산 속 집은 유재석과 정준하가 살을 맞고 당첨이 됐는데 이 때도 정준하는 무덤 귀신에게 기겁해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런 거 진짜 못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그의 진심까지 느껴졌다.
귀신의 집으로 가기 직전 극도로 긴장한 정준하의 확장된 동공이나 어찌할 바를 몰라 10분 동안을 방황하고 뒤로 넘어지면서 가발이 벗겨지자 "내 머리!"를 외치며 줄행랑을 치는 모습, 유재석이 귀신을 보고 놀라 야밤의 추격전을 벌이던 모습 등은 미리 설정해서 되는 일이 아닌, 실제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제작진이 아닌 멤버들이 직접 준비한 귀신의 집이었기에 더욱 큰 재미를 유발했다. 사실 여름만 되면 방송마다 공포 체험 특집을 준비하는데, 늘 같은 패턴이다. 꼭 한 명씩은 존재한다는 겁쟁이 멤버가 놀라 나자빠지고 비명을 지름으로써 생겨나는 웃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번 '귀곡성' 특집 역시 겁이 많은 멤버들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긴 하지만, 제작진이 아닌 멤버들이 꾸민 차원 다른 귀신의 집은 그 자체로 차별화를 이끌어냈다. 분명 자신들도 겁이 나고 무섭지만, 다른 멤버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더 세게, 더 무섭게 장치를 해놓은 유재석, 하하와 이들의 공간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정준하의 모습은 '무한도전'이 이 투박한 소재를 얼마나 세련되게 변형시키는 지를 다시금 깨닫게 했다. /parkjy@osen.co.kr
[사진]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