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은 주로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쓰이는 유용한 장치다. 각기 장단점이 있겠으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촬영현장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퀼리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결말이 뒤바뀔 가능성도 없다.
기획 의도와 방향성을 살리며 제작진이 추구하는 길로 굳건히 나아갈 수 있다. tvN 예능 ‘연극이 끝나고 난 뒤’도 모든 촬영을 첫 방송 전에 마쳤고, 편집 기술을 섞은 뒤 지난 2일 완성품을 내놓았다. 촬영은 5월 18일부터 26일간 진행됐다.
여유로운 촬영 스케줄 덕분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아 좋은 장면을 다수 만들어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배우들의 깊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과 드라마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극중 드라마 ‘아이언 레이디’를 찍으면서 실제로도 감정 변화를 겪는 배우들의 속내를 리얼리티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이성 배우를 향한 진심 담긴 다섯 남녀의 솔직한 인터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로를 향한 애정과 질투가, 보는 이들의 광대를 승천시킬 만큼 달달하고 재미있다.
3회까지 방송된 내용을 보면 마성의 매력을 지닌 하석진이 윤소희와 유라를 오가며 러브라인을 형성, 라이벌인 안보현과 이민혁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안보현은 유라를, 민혁은 윤소희를 마음에 두고 있는 상황. 극중 박력(하석진 분)을 좋아하는 제니(유라 분)와 알리(윤소희 분)의 캐릭터 설정과 같다.
지난 16일 방송에서 윤소희와 하석진이 대사를 맞춰보는 모습을 본 이민혁은 “왜 제 대사를 맞추고 있는 거죠?“라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안보현도 하석진과 유라가 길거리 데이트 신을 촬영한 것을 전해 듣고 유라에게 “데이트 재밌었나봐?”라고 질투했다.
또 그들의 스티커 사진을 보고 “화가 났다. 내 질투심을 유발하려고 그러나? 속상했다”며 심경을 고백했다. 드라마 캐릭터에 몰입한 배우들이 실제로도 감정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지금껏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연인 혹은 부부로 발전한 연예인 커플이 많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제작진도 많은 커플들이 탄생하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실험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물론 하석진 이민혁 안보현 유라 윤소희 중 한 커플이라도 탄생해야 실험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터.
이에 커플 탄생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커플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퀄리티 높은 예능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