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아일랜드가 직접 입을 열었다. 소속사 FNC와의 오랜 인연, 10년차로서 아이돌과 밴드 사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 대한민국 남자 아이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 문제까지 빠짐없이 속 시원하게 밝힌 것.
지난 2007년 데뷔한 FT아일랜드는 어느덧 데뷔 10년차의 중견 그룹이 됐다. 국내 아이돌 장르로는 흔치 않은 밴드 그룹이자 독보적인 음악 색깔로 아이돌이라기보다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특히 강렬한 하드록을 주 장르로 삼는 그룹인 만큼 실제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FT아일랜드만의 스타일이자 매력 포인트였는데, 이는 소속사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났다. 리더 이홍기를 주축으로 회사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며 이목을 집중시킨 것. 이를 향한 우려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싸움이 아닌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는 것.
이렇듯 FT아일랜드 전면에 나서 회사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의견을 어필할 수 있었던 데에는 FNC의 개국공신이자 벌써 데뷔 10년차 그룹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결코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아이돌과 밴드 사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부딪친 것.
이홍기는 “예전에는 흡연 장소에서도 담배를 못 피게 하거나 술 마실 때도 사진을 못 찍게 했다. 물론 다 무시하고 그냥 했지만, 그런 게 너무 싫더라. 나도 성인인데 얼떨결에 담배 들고 있거나 술 마시는 사진이 올라올 수 있는데 그게 논란이 되더라. ‘왜 내가 자유롭지 못하지?’, ‘내 모든 걸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돌 타이틀 때문에 안 되더라”라고 과거 겪었던 아이돌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어 “지금은 아이돌이라고 듣는 걸 좋아한다. 3년 전까지는 아이돌이 10대들의 우상이라는 뜻인데, 그럴려면 바람직하고 멋있고 예쁘고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싫었다. 하지만 데뷔 초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얻은 인지도가 있어서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아이돌 밴드로서 할 수 있는 걸 다 했을 때 최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로 우리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갔다면 만족한다”라고 한결 초연해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흘러간 세월따라 쌓인 것은 내공뿐만이 아니었다. 어느덧 멤버들 모두 군입대를 고려해야할 나이가 된 것. 이에 대한 질문에 FT아일랜드는 ‘동반 입대’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멤버들은 “다섯 명 다 같이 동반입대를 생각하고 있다. 제대를 하고 나오자마자 다 같이 앨범내고 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우리는 밴드라 한 명이 빠지면 공연을 못 한다. 한 명씩 간다고 쳤을 때 길게 4년 정도 아무것도 못하면 밴드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멈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FT아일랜드는 밴드 그룹으로 태어나서 너무 좋다고 밝히며 앞으로 50대가 될 때까지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 흔한 1위 욕심도 없었다. 오직 록을 알리고 국내 음악이 다양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즐겁게 노래하고 무대에 오르는 FT아일랜드의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FN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