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흑기사’가 장기집권으로 향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하면된다 백수탈출’을 꺾고 가왕에 올랐던 흑기사가 33대, 34대 2연속 가왕에 올랐다. 초반 여풍이 강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었지만 우리동네 음악대장부터 불어오는 남풍이 강하다.
지난 17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는 34대 가왕 자리를 두고 흑기사와 4명의 복면가수들이 경연을 펼쳤다.
이날 경연에는 장기알과 얼굴들(윤형렬), 섹시한 먼로(소호대 출신 에스더), 상큼한 산토리니(여자친구 은하), 니 이모를 찾아서(럼블피쉬 최진이)가 흑기사의 2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지만, 그를 막을 순 없었다.
특히 윤형렬, 에스더 등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이 가면을 벗고 등장해 판정단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만큼 아직도 국내 숨어있는 ‘가왕급’ 보컬들이 많다는 뜻. 재야에 숨은 고수들을 계속해서 만나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먼로와의 마지막 승부는 그야말로 박빙이었다. 흑기사는 ‘그리움만 쌓이네’를 통해 33대 가왕전에서 선보였던 무대보다 한층 성숙한 감성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여심을 사로잡고 있고, 연예인 판정단 중에서도 이미 그의 팬을 자처한 이들이 생겼다. 장기집권으로 향하는 분위기는 제법 좋은 편이다.
이번주 흑기사는 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흑기사는 단 5표 차이로 가왕의 자리를 지켰다. 52대 47표는 절대 왕좌가 아니라는 점에서 도전자들의 도전 욕구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복면가왕’은 음악대장 이후로 춘추전국시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장기집권이 어느덧 ‘복면가왕’을 보는 주된 키워드가 된 것은 사실. 그러나 장기집권이 곧 가왕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2주마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고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가왕을 비롯한 복면가수들은 충분히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흑기사는 2연속 가왕이 된 이후 “노래를 부르던 중 울컥해서 공감을 못 하실까봐 걱정했다”며 “또 열심히 만들어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판정단들은 울컥해도 좋다는 뜻의 제스처를 보냈다. 흑기사를 응원하는 이들은 무대 위에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오롯이 감정에 빠지는 그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니까. / besodam@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