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가 지난 17일 모든 이들의 해피엔딩을 그리며 종영됐다.
공심(민아 분) 대신 교통사고를 당한 석준수(온주완 분)은 크게 다치지 않았고, 할머니 남 회장(정혜선 분)과도 화해를 했다. 안단태(남궁민 분)는 경영 공부와 아버지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고, 1년 뒤 예전보다 예뻐지고 일도 잘하는 공심과 재회를 했다.
오해 때문에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이내 키스를 나누며 결혼을 약속했다. 어머니들끼리도 화해를 했고, 단태의 아버지도 완치가 됐다. 또 단태는 자신이 해왔던 인권 변호사 일을 계속 하며 정의를 위해 살았다. 일과 사랑 모두 완벽하게 성공한 삶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 14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긴 공심과 동네 인권 변호사 안단태, 그리고 착한 금수저 석준수(온주완 분)의 풋풋하고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시트콤처럼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능글 맞은 매력의 단태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공심이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 그러면서도 늘 잘난 언니 공미(서효림 분)와 비교되면서 얻은 설움에 눈물을 펑펑 쏟던 공심의 가슴앓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짠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가는 대사나 내용도 많았다.
갑질하는 대기업 사모나 임원들에게 속 시원하게 할 말 다하고, 자기 방어를 하기는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공심의 모습은 응원하고픈 청춘들의 자화상 같았다. 특히 단태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가는 공심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이 드라마를 애청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중반 이후 단태의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단태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드라마 장르가 바뀌고 말았다. 가족극 혹은 로코인 줄 알았는데 막장의 기운이 폴폴 풍기는 복수극으로 변모한 것. 매 작품마다 개연성과 뒷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이희명 작가의 단점은 '미녀 공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준표를 납치한 범인인 염태철(김병옥 분)은 단태의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면서 자신의 조카인 준수를 이용했다. 그 과정에서 현실성이 결여된 오류들이 계속해서 등장해 몰입도를 방해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있는 중환자실에 아무나 들어가게 놔둔다는 점부터, 중요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는 CCTV의 고장, 늘 단태나 준수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고 모든 걸 꿰뚫어보는 염태철 등 지나치게 말이 안 되는 설정이 많았다.
결국에는 단태를 돕게 된 준수 역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너무나 많이 해 시청자들의 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모친(견미리 분)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전까지는 너무나 친하게 지냈던 단태와 준수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누지 않고 오해만 쌓아가는 모습은 '고구마'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답답함 그 자체였다.
마지막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태는 공심에게 미리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아 오해를 만드는 타입이었는데, 이는 1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1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귀국을 해서는 혼자 오해를 하고 갑질을 한 뒤 뒤늦게 해명을 하는 모습은 쉬이 납득을 하기가 어렵다. 물론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하는 해피엔딩은 반갑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남는 최종회였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