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남궁민과 민아가 나이 차가 무색하게 손발이 척척 맞는 연기 호흡으로 주말극 한 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걱정할 필요도 없이,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해낸 두 사람, 이제는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남궁민과 민아는 지난 17일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에서 동네 테리우스 안단태와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생겨 가발을 쓰고 다니는 취준생 공심 역을 맡아 20회를 이끌어왔다.
이 드라마는 두 사람이 옥탑방 인연으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한결같이 공심을 좋아하는 단태의 직진 사랑법은 안방 여심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단태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확인한 공심 역시 거절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직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마지막회에서 결혼을 약속했다.
'미녀 공심이'는 이런 두 사람의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큰 드라마였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남궁민과 민아의 연기 호흡이 중요했다. 이에 두 사람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기대만큼 우려의 소리도 높았다.
아무래도 남궁민이 '냄새를 보는 소녀'와 '리멤버'에서 연달아 악역 연기를 맡았고, 남규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일었다.
또한 민아는 첫 주연을 맡을만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우려를 첫 방송부터 단번에 날려버리며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망가짐도 불사한 코믹 연기는 매회 깔깔거리며 웃게 만드는 이유가 됐고, 회를 거듭할수록 깊어져가는 감정 연기는 애틋하기만 했다.
남궁민은 현장에서 민아의 연기 선생님을 자청하며 민아가 공심이라는 역할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게 도움을 줬고, 민아 역시 열과 성의를 다해 연기에 임했다. 특히 민아는 '못난이 취준생' 공심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피부톤을 다운 시키는 메이크업을 했고, 아이라인도 과감히 포기했다. 여기에 똑단발 가발과 다소 촌스러운 의상을 선택, 외형부터 큰 변화를 줬다.
뜬금없는 전개와 개연성 결여, 다소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나 상황 등 '미녀 공심이'는 결코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2년만에 SBS 주말극 부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던 건 다채로운 연기력을 뽐내며 극에 중심을 꽉 잡아준 남궁민과 민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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