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의심스러운 권율이다. 온화한 미소 속 싸늘한 눈빛을 숨기고 있는 그였다. 아직까진 tvN '싸우자 귀신아'에서 본격적으로 그의 캐릭터가 두드러지고 있진 않지만 틈틈이 보이는 이면성이 극이 가진 오싹함을 배가한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캐릭터가 떠오른다. '싸우자 귀신아' 이전에 tvN 호러로맨스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오 나의 귀신님'이다. 조정석과 박보영의 알콩달콩한 연애스토리가 안방을 사로잡았는데 악귀에 홀린 최성제를 연기한 임주환도 재조명 받았다.
권율이 '싸우자 귀신아'에서 맡은 역할은 명성대학교 수의대 최연소 교수 주혜성이다. 잘생긴 얼굴, 친절한 성품,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인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남자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넘치는 휴머니즘까지 품은 이 시대 진정한 '만찢남'이다.
그런데 18일 방송된 3회에서 주혜성의 두 얼굴이 살짝 드러났다. 학교 뒤뜰에서 여학생이 길고양이에 밥을 주는 걸 보고 다가갔다가 할큄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눈빛이 돌변했다. 엔딩에서는 이 고양이가 참혹하게 죽어 있었고 주혜성은 자신의 상처를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오 나의 귀신님' 속 임주환도 비슷했다. 그가 분했던 최성제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친절한 경찰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악귀에 빙의돼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였다.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악귀 본능은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끄는 요소였다.
선악을 오가며 급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란 힘든 일. 하지만 임주환은 보기 좋게 해냈다. 그의 연기력이 다시 한번 조명되기도. 권율 역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아직 스토리 초반이라 그의 캐릭터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3회에서 보여 준 엔딩 눈빛은 충분했다.
착해서 더 무서운 남자들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