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로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도 강한 캐릭터도 다시 팬들을 찾아왔다. 악마의 편집, 조작 방송 등 듣기만해도 센 키워드들이 가득 담긴 영화 '트릭'으로 말이다.
극 중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악마의 편집도 서슴지 않는 냉철한 PD, 석진 역을 맡은 이정진은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다. '피에타'에서도 그랬지만 '트릭'의 이정진은 새롭다.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던 이정진의 모습은 없다. 그래서 한층 더 배우가 됐다는 느낌이다. 연기력이야 원래부터 정평이 나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정진은 '배우'말고 또 다른 수식어를 달고 있다. '사진작가' 이정진. 이미 개인 사진전을 열었을 만큼 알아주는 사진 작가로 인정받는 이정진은 봉사활동을 다니며 그곳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내고 있다.
봉사활동이 힘들 법도 한데 이정진은 봉사활동 얘기만 나오면 싱글벙글이다. 너무 좋단다. 왜 좋냐고? 배우고 오는게 많기 때문이란다. 도움을 주러 갔지만 오히려 본인이 삶에 대해 배운다며 봉사활동의 좋은 점을 열변한 그다.
다음은 이정진과의 일문일답.
- 영화 '트릭' 출연 이유가 있다면.
▲ 대본이 쉽게, 편안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방송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석진 같은 인물이 꼭 한 명은 있지 않나. 괴물이 한 명씩은 있다. 그런 괴물을 우리 사회가 만드는거다. 경쟁 때문에 1등을 해야 하니까 결국은 사회가 괴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석진이라는 인물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는지.
▲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진짜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쁜 사람'일 것 같더라. 석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른 단어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던거다.
- 그간의 얼굴과는 또 사뭇 다르더라. 변신을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있는건가.
▲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긴하다. 내가 안 보여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 석진 캐릭터도 어떻게하면 다른 나쁜 놈을 보여줄수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다.
- 양심에 관한 문제인데, 만약 본인이 석진 입장에 처해있다면 어땠을까.
▲ 나는 안 그랬을 것 같다. 나는 양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노력하는 편이다.
- 영화를 보면서 '리얼'에 대한 의심이 생기더라.
▲ 믿고 사는 사회가 되야 하는데 안타깝다. 의심하면 한도끝도 없다. 요즘엔 사람들이 정보에 치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정보에 치여 산다는 느낌을 받는다. 속도가 생명인 사회가 되면서 '내가 먼저 찾아서 내가 먼저 알아내야지'라는 생각들도 하는 것 같고. 과한 정보들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건 그 사람들 얼굴이 되게 선하고 좋은거다. 그들보다 내가 부유한 사회에 살고 재산이 많고 그렇지만 그냥 내가 저 사람보다 돈만 많은 것 아닌가 싶다. 저 사람들은 집에 전기도 잘 안들어오고, 생활도 궁핍하고, 심지어 정보도 적다. 미국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는거다. 정말 많이 배우고 온다. / trio8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