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는 한 회 차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처음 만난, 혹은 평소 알고 지낸 MC들과 빚어내는 케미스트리가 각각 다르기 때문. 그래서 녹화에 들어가기 전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을 하고, 완성 대본은 아니더라도 구성 대본이 주어진다. 덕분에 신인들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예능 대세들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tvN 예능 ‘문제적 남자-뇌섹시대’(이하 문제적 남자)의 제작진은 전현무 김지석 하석진 이장원 타일러 박경 등 6명의 MC들에게 게스트를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 빈틈없는 조합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PD의 철저한 제작 방침 때문이다.
‘문제적 남자’의 연출을 맡은 이근찬 PD는 OSEN에 “지난해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MC들에게도 그 날의 게스트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100% 비밀이다. 게스트 섭외 시 출연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은 물론 녹화 당일에도 MC와 게스트가 마주치지 않도록 시간 차이를 두고 부른다”고 귀띔했다.
이 PD는 이어 “나름대로의 열성적인 노력(?) 덕분인지 지금껏 단 한 번도 (녹화 직전까지)먼저 새어나간 적이 없었다”며 “MC들에게 미리 공개해서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게 할까도 고려해봤지만 그들이 게스트를 모른 상태에서 깜짝 놀라는 리액션이 TV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기인이 아니고서야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MC나 시청자들이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바라보고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MC들은 초반엔 이 같은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게스트를 모르고 녹화에 들어가는 것을 더 즐거워한다고. 지나치게 작위적인 콘셉트로 비난을 받는 타 예능에 반해 ‘문제적 남자’는 첫 만남의 설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설정은 뭔가 덜 정제되고 느슨한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장애물이 적고, 프로그램에 거대한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지만 2%~3%대(닐슨코리아 제공·유료플랫폼 기준) 전국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적 남자’가 장수 예능이 될 수 있을까. 예능판도를 쉽게 점치기 어렵기 때문에 그건 솔직히 모를 일이다. 하지만 블랙홀처럼 이미 ‘문제적 남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역시나 될 사람은 되고, 뜰 예능은 뜬다./ purplish@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