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누가 봐도 작가의 힘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종석과 한효주가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이 좋았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한 게 입증된 순간이었다. 물론 연출자와 배우들의 꿀 조합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지난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수목극 ‘W’의 대본을 맡은 송재정 작가가 오랜만에 필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을 단박에 TV 앞으로 끌어당겼다.
송 작가의 ‘W’는 2016년을 사는 흉부외과 의사 오연주가 우연히 웹툰 ‘W’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만화 속 주인공 강철을 만나는 이야기로 꾸며졌다. 차츰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싹트고, 현실과 웹툰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건이 일어날 전망이다. 또 연주의 아버지이자 웹툰 작가인 오성무(김의성 분)의 존재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한 마디로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그동안 ‘삼총사’ ‘나인’ ‘인현왕후의 남자’ ‘거침없이 하이킥’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타임슬립과 코믹장르에서 강점을 드러내온 송재정 작가가 화려한 트렌드를 따라 한 장면만으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을 내놓았다.
첫 방송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권총 사격선수 강철(이종석 분)의 화려한 과거를 소개했고,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죽인 존속살해 혐의 피의자로 체포되는 모습이 그렸다. 복역 후 출소한 그는 스타에서 하루 아침에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오연주(한효주 분)가 의사라는 직업에 흥미가 없지만 웹툰 안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강철을 살리고, 그의 삶에 깊숙이 얽히게 되는 과정도 흡인력 있게 담았다.
현실과 웹툰을 오가는 ‘W’는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그동안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구성은 있었어도 웹툰과 현실을 왔다갔다하는 내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예능 ‘무한도전’에서 공개한 멤버별 웹툰이 인기를 끄는 것에 탄력을 받은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일 터다.
그동안에 보여준 타임슬립이라는 큰 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연출자, 배우들과 협엽해 흥미넘치는 미스터리 로맨스 장르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한층 짙어진 섬세한 필력이 송재정 작가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윽한 향기를 남기고 있다.
일단 이종석과 한효주의 만남이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첫 방 시청률은 2위로 출발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무엇보다 송 작가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얼마나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