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한국 영화 사상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1700만 흥행을 기록한 ‘명량’과 마블의 대작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흥행도 뛰어넘었다.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고 오직 영화의 힘으로 만들어낸 기특한 흥행이다.
‘부산행’은 칸 국제 영화제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고는 확실히 약점이 많은 영화였다. 일단 한국 영화계에서 익숙하지 않은 좀비 영화라는 장르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잔뼈가 굵지만, 실사영화 경험은 처음인 연상호 감독 그리고 SNS와 메신저를 점령한 스포일러까지 난관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단 여타 유명한 할리우드 좀비 영화에 비하면 좀비들의 수준이나 스펙터클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부산행’의 또 다른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좀비들은 연기도 분장도 훌륭했다. 최고의 발작연기를 펼치며 첫 번째 좀비로 등장한 심은경의 열연으로 시작부터 관객을 몰입하게 하였다.
연상호 감독도 확실히 저력을 보여줬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를 통해 작품성과 연출력은 인정받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실사 영화로 제작비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를 선택했기에 다들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연상호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라는 차이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면 연상호 감독은 보란 듯이 해냈다. 한여름에 어울리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탄생시키며 대중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걸출한 감독의 탄생을 예감하게 했다.
‘부산행’이 흥행하는 이유는 스포일러와 상관없이 영화가 이야기와 볼거리를 통해 관객에게 충분히 재미를 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재난 영화에서도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살아남지는 않는다. 그런 장르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부산행’도 마찬가지다. 다만 영화 끝까지 누가 살아남는지 알게 된다면 더욱 더 긴장감 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실 등장인물의 죽음과 상관없이 ‘부산행’은 재난을 마주했을 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을 들게 하는 것이야말로 ‘부산행’이 영화로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역대 최고 오프닝으로 기록을 세운 ‘부산행’이 과연 어떤 신기록을 내놓으며 천만을 향해 달려갈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