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노란 미니언즈 모자를 쓴 이봉주의 장인이 애써 웃어보였다. 이날도 장난기 넘치는 삼척 장인은 웃음을 안겼지만, 방송 말미, 아들을 묘를 찾은 그는 먼저 보낸 자식을 생각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21일 오후 방송된 SBS '백년손님-자기야'에서는 삼척 장인의 집에서 처가살이를 하는 전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봉주와 장인은 이날도 변함없이 '덤앤더머' 콤비 못지 않은 '케미'를 자랑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한 두 사람은 공동명의로 만든 통장에 돈을 입금할 생각으로 한껏 부풀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있었다. 바로 경품 뽑기 오락기였다. 이봉주는 자신만만하게 "내가 장인어른을 위해 면도기를 뽑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사위의 유혹에 넘어간 장인은 5만원의 일당 중 선뜻 만 원을 쾌척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아슬아슬하게 걸린 경품을 뽑으려 고군분투한 두 사람은 빈 손으로 거금 만 원만 잃은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이봉주는 장인을 위해 삼계탕을 저녁식사로 준비했다. 티격태격 저녁식사를 하던 중 이봉주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고 "형님 묘지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장인의 큰 아들 묘소였다.
장인은 애써 태연하게 "그러자"는 의사를 전달했고 두 사람은 바닷가가 펼쳐진 곳에 조용히 자리잡은 묘로 향했다. 무성하게 올라온 풀을 말 없이 바라보던 두 사람. 이봉주는 장인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착잡한 장인의 발걸음은 보는 이들까지 마음아프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 한동안 말이 없던 장인은 이봉주를 향해 "내가 이렇게 노란 옷에 노란 모자를 쓰고 왔는데 (아들이) 알아볼까?"라며 질문했다. 아들을 잃은 아비의 마음을 짐작으로나마 헤아린 속 깊은 사위는 "그럼요.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요. 당연히 좋아하실 겁니다"라며 그를 위로했다. /sjy0401@osen.co.kr
[사진] SBS '백년손님-자기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