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지난 20일 개봉해 이틀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통했다. '부산행'이 첫발을 떼면서 한국 영화 빅4, 여름 흥행 대전을 펼칠 네 편의 영화가 본격적으로 천만 경쟁을 향해 달리게 됐다. 여기서 고개를 드는 궁금증, 각 영화의 수장이 됐던 감독들은 누구일까? 다양한 역사를 이끌어온 빅4의 감독 군단들의 간단한 필모그래피를 정리해봤다.
◆ '부산행'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계 박찬욱"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 연상호 감독의 이름은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자신만의 색깔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골수팬을 몰고 다니는 천재 감독. 특히 그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의 칸영화제 초청이 기적 같은 일은 아니었던 셈.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첫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부산행'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줬지만, 칸영화제를 비롯해 국내 언론, 관객의 호평을 두루 받으며 천
재 감독의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다.
◆ '인천상륙작전' 이재한 감독, "아시아가 사랑한 감성"
이재한 감독의 대표작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다.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자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으나 그를 뛰어넘는 인기로 역수출이 됐으며, 다시 할리우드에 판권이 팔리기도 한 작품이다. 그 때문일까? 이재한 감독의 작품들은 국제적인 프로젝트가 많은데 한일합작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와 한중합작영화 '제3의 사랑'이 대표적이다. 섬세한 감성과 영상미가 장기인 이 감독은 2010년에는 영화 '포화속으로'를 통해 전쟁영화에도 도전했는데, 역시 연출력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포화속으로'의 좋은 평가는 그로 하여금 '인천상륙작전'의 메가폰을 잡는 데도 힘이 됐다.
◆ '덕혜옹주' 허진호 감독, "한국 멜로의 전설, 역사"
허진호 감독을 빼놓고 한국 영화사를 논할 수 없다. 그만큼 그는 90년대 대표적인 멜로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남겼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2001)가 대표적이다. 이후에 나온 '외출'(2005)과 '행복'(2007), '호우시절'(2009)등도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이전보다는 못한 평가를 받은 게 사실. 멜로의 거장도 영화계 전체의 추세를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덕혜옹주'는 멜로 거장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 마음을 울리는 명작을 만들어낸
감독인만큼 '덕혜옹주'에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터널' 김성훈 감독, "센세이션을 일으킨 복귀작"
김성훈 감독은 단 한 편의 영화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103년 개봉한 '끝까지 간다'가 그것. '끝까지 간다'는 무려 '추격자'(나홍진 감독)의 뒤를 잇는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당시 관객들은 별다른 기대없이 갔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호평을 쏟아냈다. 그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던 이 영화는 제67회 칸영화제 감독 주간이 초청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네 편의 작품 중 '터널'이 가장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이처럼 무시못할 감독의 전작 때문이다. 특히 김성훈 감독은 '그 놈은 멋있었다'(2004),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이후 7년 만에 다시 감독의 자리에 앉아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도가 높은 감독이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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