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수목드라마 경쟁구도가, 작품들이 앞세운 스토리 만큼이나 흥미롭다. 방송 전부터 이미 '절친 스타' 김우빈과 이종석, 이종석과 김우빈의 맞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주목받았던 드라마 '더블유-두개의 세계(이하 'W')와 '함부로 애틋하게'가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예상보다 더 치열한 접전이다.
2주 먼저 첫발을 내디뎠던 것은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 연출 박현석 차영훈)다. 톱스타 신준영(김우빈)과 속물 다큐멘터리 PD 노을(배수지)의 만남,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준영의 이야기는 진부하다. 매회 장면들은 '클리셰의 집약체'를 보는 듯한 뻔한 설정들의 연결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아침 드라마와 같은 '익숙함'을 좇는 높은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분명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게다가 배우 김우빈과 배수지를 담아내는, 그림같은 화면은 보는 맛을 확실하게 더한다. 예측 가능해도, 대사가 유치해도, 오히려 이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가 기발하고 참신한 케이블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작과 함께 1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드라마 왕좌를 곧바로 꿰찼다.
이보다 2주 늦게 선보인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는 이와 정반대다. 현실과 웹툰 속 인물이 인연을 맺는 만화같은 설정이다. 도킹을 통해 웹툰 속으로 들어간 여의사 오연주(한효주)가 '완벽남' 강철(이종석)을 만난 과정이 웹툰으로 그려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판타지다.
이는 앞서 tvN에서 '나인'을 집필했던 송재정 작가의 힘이다. 아무리 봐도 황당한 설정이지만, 이를 오밀조밀한 스토리로 엮어내 내러티브를 부여해 시청자를 몰입케 한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도 않아, 집중도 된다.
지상파에서는 아직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장르물이나 판타지의 성공은 송재정 작가의 필력과 배우 이종석과 한효주가 만들어내는 연기 호흡, 또 여기에 적절하게 버무려진 CG가 이끌어냈다. 1~2회가 방송되는 동안 각각 8.6%, 9.5%로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은 물론, 다음주 '함부로 애틋하게'의 1위 왕좌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W'와 '함부로 애틋하게'의 대결은 인상적이다. 매번 케이블드라마의 다양한 장르에도 '지상파는 힘들다'는 생각으로 가로막혔던 시도가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여기에서 SBS 드라마 '원티드'도 놓쳐서는 안된다. 동시간대 수목극 경쟁 3위에 그치고 있지만, 납치와 리얼리티 방송을 내용적으로 결합해 스릴과 반전을 이끌어내는 '원티드' 역시 'W'와 '함부로 애틋하게'와 함께 지상파의 성장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3작품의 단순한 수치 경쟁도 물론 흥미롭지만, 이같은 지상파의 성장을 3사 방송국과 제작진, 배우들이 인지하고, 지금의 경쟁을 여유롭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gato@osen.co.kr
[사진] K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