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되고 있는 미니시리즈 중 특별히 톱배우가 없는 것을 비롯해 발연기 논란이 있었던 배우들이 있어 조금은 우려하며 봤던 ‘청춘시대’. 뚜껑을 열어 보니 연기구멍은 없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복 박연선, 연출 이태곤 김상호)를 보며 시청자들이 깍쟁이 같은 정예은(한승연 분)을 보고 짜증내고 억울하면서도 소심해서 말도 못하는 유은재(박혜수 분)를 보고 답답해하는 반응을 보니 누구 한 명 튀지 않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 듯하다.
‘청춘시대’는 다섯 명의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 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다. 성격부터 연애스타일, 취향 모든 것이 다른 캐릭터들이다. ‘청춘시대’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윤진명(한예리 분)은 돈과 잠이 절실한 철의 여인, 정예은은 남자친구밖에 모르는 연애호구, 송지원(박은빈 분)은 음담패설을 즐기는 여자 신동엽, 강이나(류화영 분)는 모든 것에 섹시한 외모 센터, 유은재는 귀여운 소심이다.
이날 첫 방송에서 한예리, 한승연, 박은빈, 류화영, 박혜수는 자신의 캐릭터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한 명 한 명 모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인 것은 물론 공감을 자아냈다.
첫 회는 신입생 유은재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전개됐다. 유은재는 지방에서 올라온 신입생으로 어딘가 어리바리하고 소심하고 언니들을 만나도 쭈뼛쭈뼛 하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순둥순둥’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청춘시대’ 제작발표회 당시 이태곤 PD가 박혜수에 대해 박연선 작가가 박혜수를 만나 그의 성격대로 캐릭터를 그린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해주고 있다고 밝혔을 만큼 박혜수는 풋풋하고 순진하고 어리숙한 유은재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뿐 아니라 방송 말미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화를 내다가 눈물을 쏟아내는 연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박혜수는 유은재였고 유은재는 박혜수였다. ‘청춘시대’가 첫 주연작인데도 캐릭터 소화력이 대단했다.
한승연도 마찬가지. 한승연은 그간의 발연기 논란을 불식시키는 연기를 펼쳤다. 유은재가 가져온 잼을 얘기도 안하고 야금야금 먹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유은재에게 도서관에서 금지된 자리 맡기를 부탁하고는 돌아오지 않아 유은재를 곤란하게 만드는 등 발암 캐릭터였다. 정예은이 짜증났던 건 아무래도 한승연이 이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예리와 류화영, 박은빈도 첫 회 만에 자신의 캐릭터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한예리는 무뚝뚝하고 깐깐한 듯 하지만 정이 있는, 류화영은 섹시하고 털털하고 화끈한, 박은빈은 유쾌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줬다.
한예리, 박은빈, 한승연, 박혜수, 류화영 모두 자연스러운 연기로 첫 회를 이끌었다. 과장되거나 부족하지 않았던 연기를 펼쳤던 다섯 배우.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청춘시대’ 화면 캡처, 드림이앤엠, 드라마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