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작가는 뻔하다고?
KBS 2TV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경희 작가의 전작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는 다른 로맨스지만, 분명 비슷한 지점이 있다. 멜로를 대하는 이경희 작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특히 이번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난 2004년 방송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느낌이 강하다.
# 소지섭, 김우빈의 시한부
'함부로 애틋하게'는 주인공 신준영(김우빈 분)이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신준영은 자신이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고, 의사로부터 1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이때부터 노을(수지 분)을 찾아 나선다. 그는 노을을 과거에 자신이 알고 있는 밝고 따뜻한 봄 같은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도 주인공 차무혁(소지섭 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첫사랑 문지영(최여진 분)의 결혼식에 갔던 중 머리에 총을 맞았고, 총알이 위험한 위치에 박혀 수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차무혁은 한국으로 와서 자신을 버린 엄마와 가족을 찾아 나서던 중,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다.
후반부 문지영은 차무혁을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그를 찾아왔지만, 그는 결국 최윤(정경호 분)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남녀주인공이 모두 죽음을 맞는 새드엔딩인데, 지금까지 역대급 엔딩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신준영이 시한부 삶인 만큼 어떤 결론을 맞을지 관심을 모은다.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함부로 애틋하게'와 '미한하다 사랑한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출생의 비밀이다. 사실 비밀이라고 하기엔 초반부터 밝혀진 사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당사자인 최현준(유오성 분)과 오들희(이혜영 분)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신준영은 최현준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와 똑같은 검사가 돼서 그를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최현준과 노을 사이의 악연을 알게 됐고, 자신의 존재도 모르는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노을을 배신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 역시 어머니 오들희에게 결국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다. 오들희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며, 죽은 아이들을 그리워해 최윤(정경호 분)을 입양해 길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결국 차무혁은 오들희가 끓여준 라면으로 인사를 전하며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 가슴 찡한 내레이션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소지섭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내레이션으로 재미를 더했다. 차무혁은 집을 나와 자신과 누나와 함께 생활하는 송은채의 순수하고 착한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는 "하느님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 당신에게 약속합니다. 송은채, 내게 남은 시간 저 여자만 내 곁에 두신다면 저 여자로 내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준다면 더 이상 날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냥 여기서 다 멈추겠습니다. 증오도 분노도 다 쓰레기통에 처넣고 조용히 눈 감겠습니다. 하느님 나 당신에게 약속합니다"라면서 마음을 표현했다.
'함부로 애틋하게' 3회에서 신준영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을을 살려달라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내레이션을 했다.
"어릴 적 엄마는 나를 데리고 교회에 가서 100가지도 넘는 소원을 하느님께 빌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하느님이 다 들어주실 거라고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지만, 난 세상에 하느님이 어딨냐며 소원 빌기를 거부했다. 잘못했습니다. 당신의 존재를 믿겠습니다. 그러니 을이를 살려주십시오. 을이만 살려주시면 내게 허락된 모든 행복을 포기하겠습니다. 을이만 살려주시면 나에게 남아 있는 삶도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저를 죽이시고 을이를 살려주십시오."
다른 작품, 다른 내레이션이지만 두 배우의 목소리와 이경희 작가가 써내려간 내레이션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seon@osen.co.kr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