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극장가에 좀비떼 광풍이 불고 있다. 한국영화 첫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이 개봉 4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무서운 속도로 전만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23일 하루 동안에는 무려 128만 명을 끌어모았다. 이는 도저히 깨지 못할 것같던 '명량'의 1일 125만 명 관객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은 23일 하루 동안 128만738명을 동원해 누적 412만17명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개봉 후 불과 4일만이다. 전날 74만여명 관객보다 54만명이 증가했고 매출도 74.5% 올랐다. 매출액 점유율은 74.5%에 달해 사실상 독주 체제다.
인터넷 상에 범람하는 '부산행' 스포일러도 미쳐 날뛰는 좀비떼를 막지는 못했다. 오프닝 역대 최다관객 86만명에 이어 각종 흥행 신기록을 싹쓸이하며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포일러에 취약한 호러 스릴러 장르임에도 '부산행'이 흥행 광풍을 일으켰다는 것은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그만큼 높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부산행'은 칸 국제영화제가 인정하는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공유와 마동석, 정유미 등이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공유가 맡은 역할은 좀비들이 득실대는 부산행KTX에서 딸 수안(김수안 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남자 주인공 석우다. 석우는 좀비들이 달려드는 위기의 순간에서 번뜩이는 지혜와 순발력으로 수안을 구할 뿐 아니라 결정적인 때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격의 인물. 표현에 서툴고 이기적인 펀드매니저에서 딸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드러내는 따뜻한 아빠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마음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마동석은 힘과 웃음, 그리고 통쾌함을 책임지고 있다. 무서운 좀비영화 속에서 폭소가 터져나오는 마블리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좀비들 앞에선 영락없는 상남자다. 석우가 머리를 사용하며 좀비를 무찌른다면 상화에게 그런 것이란 없다. 그저 정면돌파. 정면돌파임에도 관객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드는건 마동석의 화려한 맨손 액션 덕분이다.
또 '부산행'은 정유미의 재발견이다. 공유와 마동석 사이에서 영화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120% 수행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연기력에서는 늘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가 드디어 흥행보증수표로 거듭날 참이다.
정유미는 '부산행'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에 대해 "저는 배우고 작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도 생각만한다"며 "배우이기 때문에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제가 이 영화에 참여함으로써 느껴지는 감정을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저도 변하고 싶은 생각으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