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은 천만 관객을 노리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었다. 15년차 배우 공유에게 '부산행'은 흥행과 상관없이 도전 그 자체에 의미가 있었던 재밌는 프로젝트였다. 한 아이의 아빠 역을 맡은 것과 좀비라는 특별한 소재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배울 것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현재 공유가 주연한 '부산행'은 개봉 3일째 4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제69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세션에 초대됐던 이 영화는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어 국내에서도 여름 성수기 대작 '빅4' 중 가장 선발주자로 나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던 공유는 천만 관객 동원을 예측하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다. "500만 관객만 넘어도 만세"라는 것. 영화를 찍으며 경험했던 일들은 고생담이라기보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많아 재밌는 경험담이었다. 그는 '부산행'을 찍다가 촬영지역에서 터진 메르스를 겪었고, 미혼으로 아빠 역을 했으며 좀비 역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며 깜짝깜짝 놀랄 일들을 많이 겪었다.
"촬영장은 어떤 영화 현장보다 밝았어요. 요만큼의 불편함도, 이질감도 없었죠. 곧 같이 한 사람들의 호흡이 좋고 편했다는 얘기에요.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걱정하긴 했어요. 너무 우리가 너무 웃고 떠들고 놀면서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이렇게 해도 되나?"
처음 실사 영화를 연출하게 된 연상호 감독에 대한 걱정도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기존 영화 감독들과는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가는 분이 아니었어요. 기존 영화보다 짧게 짧게 찍었고, 액션도 있고 컷이 많을 수 있는 소재인데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생각은 '이래도 괜찮나?'였어요. 4회차 잡은 촬영을 2회차에 끝나고 다음 회차를 당겨서 찍은 건 이 영화를 하면서 처음 경험한 거였어요. 그런 말도 했어요 '내가 힘들까봐 덜 찍고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영상을 붙여 넣은 걸 보고 알았죠. 이 사람 믿어도 되겠다."
믿음은 보기 좋게 200%의 열매로 돌아왔다. 칸영화제에도 다녀왔고,'역대급' 기록을 펼쳐내고 있다.
'부산행'에서 공유가 맡은 역할은 냉철한 펀드매니저이자 어린 딸 수안(김수안 분)의 아빠 석우. 그는 딸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수안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딸 바보'라 해도 어울릴만한 모습. 실제 '부산행'에서 공유와 김수안은 실제 부녀라도 믿을 만큼의 유사한 외모와 실감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수안과 닮았다는 말에 공유는 "그런 얘기를 많이 닮았다"면서도 "아들에서 설정을 딸로 바꿀 만큼 수안이의 매력도가 컸다. 어쩌면 찍으면서 닮아갔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촬영 때 수안이한테 잘 못 해줬어요. 나중에 안 얘기지만 '아빠가 소심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아이 시각에서 그렇게 봤나봐요. 아이를 좋아하지만 (설정상)수안이와 거리감을 의식했어요. 초반 설정에서 보여지듯 아이한테 신경쓰고, 살가운 아빠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제 딴에는 그런 것도 수안이랑 오픈해서 하는 게 우습고, 저는 저 나름대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직 미혼. 여전히 '로코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유에게 부성애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진짜 아빠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나이상으로 보면 애 둘, 셋의 아빠일 수 있고, 초등학교 아빠일 수 있어요. 제 친구들은 그래요. 그에 비해 전 아직 나이가 많은 애죠. 결혼이 얼마만큼 어렵고, 한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아서 두렵고 그걸 하고 있는 지인이나 사람들을 보면 저보다 더 어른 같고, 어려도 형같고 그런 느낌이 있어요. 언젠가 아빠가 된다? 모르죠. 하지만 돼야하지 않겠어요? 두려워져요. 어릴 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몰랐던 아는 게 많아서 걱정도 두려움도 많아져요."
영화를 찍으며 공유를 놀래켰던 것은 온 몸을 다 바쳐 연기하는 좀비 역 연기자들의 열정이었다. 그는 실제 좀비 배우들과 촬영을 하며 무서웠던 에피소드를 밝히며 "너무 집중해서 하시더라. (배우로서)반성도 많이 됐다"고 밝혔다.
"(좀비 역 배우들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지인이 영화를 보러 와도 금세 지나가고,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있어서 지인들이 찾기 힘들 정도의, 분간하기 힘든 분장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 배우들로부터 감동 받은 적이 많아요. 15년 연기했지만 역할이 크고 작은 건 배우에게 중요하지 않죠. 부끄럽기도 했고, 그런 부분이 자극이 됐어요. (생략) 외국은 좀비 스쿨이 따로 있어요. 그 교육을 받아야 좀비 연기를 해요. 스쿨은 아니지만 영화를 위해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외국분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관객들이 보면서 모를 수 있는 점 같은 부분인데, 좀비 역 배우들이 컷 이후에도 계속 바닥에서 몸을 털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출연했던 분들도 그에 못지 않게 해주셨어요. 정말 고마웠죠."
공유의 '부산행'은 거침없이 천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좋은 영화가 나온 것에 대해 한 명 한 명의 고마움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주인공의 책임과 특별한 애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많은 이들의 공이 들어간 '부산행'이 어느 정도의 기록을 세워갈지 앞으로의 성적에 기대감이 모인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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