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만난 이청아는 솔직하고 겸손했다.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던 소탈하고 다정한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배우로서 남자친구와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민감하게 대처하거나 답을 회피할 법도 한데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흥겹게 떠들며 놀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의 얼굴은 예뻤다.
이청아는 그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애정과 갈증이 깊었다.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출연할 생각이 있다”면서 “개인의 인기와 비중보다 작품 전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청아는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올라서야 하는 수많은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즐기고 있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운빨로맨스’에서 이청아는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 분)의 첫사랑이자 짝사랑녀, IM스포츠 한국 지사장 한설희를 연기했다.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알파걸 역을 맡은 이청아는 드라마 속 한설희와 닮아 있긴 했지만 좀 더 주변을 배려하고 겸손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설희 그대로였다.
설희는 수호의 마음을 독차지하고 싶었지만 그와 심보늬(황정음 분)의 사랑을 방해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았다. 이청아 역시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며 사랑과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어느 덧 햇수로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이청아에게 연기에 대한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운빨로맨스’가 아직 끝난 것 같지 않고 여전히 어디선가 ‘콜’소리가 나올 것 같다. 지금껏 맡아보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라서 들떠서 신나게 했다. 어떻게 보면 타당성이 없는 인물일 수 있는데 제가 생각한대로 계획한대로 흘러가서 좋았다. 드라마가 너무 착하기도 했다.(웃음) 어떤 시청자들은 ‘답답하다’고 하시더라. 고구마 백 개 먹어가면서 했다. 마지막에는 수호의 행복을 빌어주며 끝났다.(웃음)”
이어 이청아는 “사실 처음 시놉시스를 볼 때부터 (설희와 수호의)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들어갔다. 그래서 수호가 설희를 포기할 때까지만 러브라인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며 “극이 꿀렁꿀렁하면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설희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했고, 저에게 주어진 조건으로 캐릭터를 살려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제 생각에는 분량보다 전체가 중요한 것 같다. 저는 정말 행복한 조연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영화 ‘늑대의 유혹’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돼 강동원, 조한선과 호흡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그녀는 이후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첫사랑 열전’ ‘멋진 하루’ ‘더 파이브’ ‘연평해전’, 드라마 ‘별순검2’ ‘꽃미남 라면가게’ ‘원더풀 마마’ ‘고교 처세왕’ ‘내일을 잡아라’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청아는 “극을 보면 하나의 통일된 감정이 좋다. 그 안에 제 캐릭터가 들어갔을 때 뿌듯한 것이다.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저의 터프한 면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설희는 제 성격을 끌어다가 쓴 면이 있었다. 그래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저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청아는 다른 여배우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길을 걷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게 더 멋진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비중이 많고 적음을 떠나 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요즘 ‘굿 와이프’를 보고 있는데 저도 언젠간 변호사 역을 맡아보고 싶다. 변호사나 의사, 군인 등 전문직을 소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테크닉이 쌓였지만 매번 힘들다. 이렇게 매번 고민하고 매달리니 계속 배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이날 역시 남자친구 이기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청아는 “같은 일을 해서 조심스럽다. 요즘 공개 연애 커플이 많지만 다들 원해서 하는 커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늘 남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나 때문에 해가 되면 슬프다. 혹은 계속 잘 만나면 좋은 것이겠지만 안 될 때는 얼마나 슬프겠나.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청아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행복해하면서 배움을 멈추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언제나 작품 속에서 자신을 100% 보여주는 배우 이청아. 진정성의 힘을 믿는 그녀의 눈망울은 맑고 투명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