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잊고 있었다. 이 남자들이 가수라는 것을. 예능인으로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하다 보니 실력 발휘를 할 기회가 적었다. 김건모를 무너뜨릴 상대로 등장한 '판타스틱 듀오'의 새 가수 김종국과 이현우가 여전한 실력을 드러내며 가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종국과 이현우는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SBS '내 손에 가수 판타스틱 듀오'(이하 '판타스틱 듀오')에서 자신과 함께 듀엣곡을 완성한 도전자들을 맞이했다.
이날 김종국과의 듀엣을 위해 등장한 '판듀' 도전자들은 세 명의 여성이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늘씬한 몸매가 돋보였던 봉천동 S라인 이혜원, 보이시한 외모와 수줍은 태도가 매력인 대영고 슛돌이 이경서, 군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 천건예가 김종국의 듀엣 파트너가 되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
세 도전자가 불러야 했던 김종국의 노래는 터보의 멤버로 알려졌던 김종국에게 솔로 가수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던 인생 노래 '한 남자'였다. 경쟁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세 사람의 좋은 하모니가 돋보였지만, 결국 김종국의 선택을 받을 사람은 단 한 명. 예상과 달리 김종국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던 봉천동 S라인 이혜원이 아닌 음색이 예뻤던 대영고 슛돌이 이경서를 택했다.
김종국의 다음 주자는 이현우였다. 많은 이들로부터 "가수였느냐"는 질문을 받는 그는 과거 '헤어진 다음날',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불렀던 한국 가요계의 산증인 중 한 명이었다.
이현우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나온 도전자들은 4차원 매력을 뽐냈다. 본격적인 대결 무대에 앞서 화곡동 컴백녀 최혜연은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이현우의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고, 나머지 두 사람 순애보 털보 홍돈희, 광주 국제고 피리소녀 김한나는 그 노래에 맞춰 코러스를 넣었는데, 능청스러운 세 사람의 호흡이 연예인 출연진을 폭소케 했다.
개성 넘치는 세 명의 도전자 중 이현우의 선택을 받은 이는 역시 십대 소녀 광주 국제고 피리소녀 김한나였다. 김한나는 역시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헤어진 다음날'을 불렀고, 출연진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판타스틱 듀오'에서는 다채로운 참가자들의 개성만큼 그 못지 않게 자신의 곡을 들고 나온 가수들의 가수다운 실력이 화제가 된다. 이날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김종국의 애절한 '한 남자'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 속 '능력자 꾹'이 아닌 발라드 가수라는 사실을, 이현우의 감성적인 '헤어진 다음날'은 그가 로맨틱 코미디 속 실장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줬고, 이는 그 자체만으로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음주 본격적으로 보여줄 두 가수의 실력에 기대감이 모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판타스틱 듀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