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허당'들이었다.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신의 기린들도 오랫동안 '런닝맨'에서 잔뼈가 굵은 원 멤버들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결국 이광수의 설욕전은 패배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기린들의 키값이 헛되이 쓰인 것은 아니었다. '꿀잼'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는 홍진경, 서장훈, 이기우가 광수의 해코지, 광해 레이스를 위해 출연했다.
이날 홍진경, 서장훈, 이기우는 기린을 연상시키는 노란 옷을 맞춰 입고 이광수의 한편으로 등장했다. 기세 등등하게 등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에 임했던 기린 군단이었지만, 뜻밖에 연약한 면모가 웃음을 줬다.
예를 들어 첫 대결 미션이었던 엄지 레슬링은 남들보다 큰 신체를 가진 기린 군단이 이길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뜻밖에 엄지가 큰 하하가 맹활약을 펼쳤고 기린 군단의 다크호스였던 서장훈은 엄지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며 엄살을 부려 '프로 엄살러'라는 오명만 얻었다. 이는 '런닝맨' 팀이 첫 승을 거두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른 미션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두번째 대결 미션이었던 스트레칭 버저 퀴즈 역시 다리가 길어 버저를 누르기 좋은 장신들에게 유리했지만, 막상 퀴즈를 잘 풀어낸 이들은 '런닝맨' 멤버들이었다. 특히 패션 용어 퀴즈에 도전한 홍진경은 모델 출신임에도 불구, 블루종이나 스팽글 같은 용어들을 맞히지 못하는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세 번째 대결이었던 수중 예능 농구는 서장훈의 활약이 기대됐던 종목. 하지만 서장훈은 에어볼을 잡는 족족 '런닝맨' 멤버들로부터 필사적인 저지를 당했고, 골 넣기에도 매번 실패해 실망감을 줬다. 이광수는 대놓고 절망을 하기도. 다행히 에이스 이기우와 게임 종료 20초전 결정적인 골을 넣은 이광수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뤘고,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대결에서는 '런닝맨' 능력자 김종국의 활약이 빛났다. 기린 군단이 '런닝맨' 멤버를 속속 잡아들이며 선전했지만, 결국 김종국은 이들의 눈을 피해 성벽을 넘어갔고, 최후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 됐다.
이 가운데 재미를 준 것은 겉으로만 강해 보이는 기린 군단의 연약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이었다. 약삭빠른 '런닝맨' 멤버들에 비해 이들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약했고, 이 같은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연민을 줬다. '키값을 못한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그 '키값'이 의미없게 쓰인 것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키로 오히려 작은 멤버들에게 당하는 이들의 모습이 귀여움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기 때문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