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이순재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팬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기하겠다.”
이정재는 지난 24일 방송된 OBS 토크쇼 ‘명불허전’에서 앞으로 어떤 배우로 대중에 남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오랜 시간 연기 열정을 품고 사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1993년 영화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정재. 정확한 데뷔 연도를 따지면 2016년 올해가 딱 23주년이다. 한 해 한 해 모두가 이정재를 만드는 소중한 역사가 됐다. 그리고 그는 2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온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명불허전’에서 이정재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인천상륙작전’ 촬영기부터 배우로서의 자세를 털어놓으며 인간 이정재를 드러냈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맥아더 장군이 북한의 남침 이후 인천지역에 대한 작전을 통해 북한군의 병참선과 배후를 공격해 전쟁을 반전시킨 상륙작전을 그린다. 이정재는 맥아더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을 맡았다.
이정재는 살아생전 겪어보지 않았던 한국전쟁을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통해 익혔다고 했다. “영화사에서도 꼼꼼하게 준비해주셔서 보기도 했고, 필요한 것은 제가 따로 찾아서 봤다”며 시대극을 준비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정재는 함께 처음으로 촬영한 리암 니슨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원래 만나는 장면이 없었는데 조율을 해서 길지 않은 장면을 만들게 됐다. 그의 애티튜드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정재는 영화 ‘신세계’를 기점으로 ‘도둑들’ ‘관상’ ‘빅매치’ ‘암살’까지 상남자의 폭발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최근 몇 년간 드러낸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덕분에 이번 작품도 충분히 기대감을 심어줄만 하다.
그는 “작품이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관객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다. 그 이면까지 보는 무서운 눈을 가지고 계신다. 작품에 따라 대중의 사랑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면 (인기)편차가 심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재는 “솔직히 제가 큰 욕심은 없다. 큰 득과 실이 아니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편인 것 같다.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그렇다”고 성격을 밝혔다.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그러면서 그는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작품 전체의 흐름과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연기를 더 잘하고 싶고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그 욕심이 곧잘 들켜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런 생각을 한 게 2000년 즈음”이라며 “그 때 이후 연출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팀플을 중요하게 여긴다. 좋은 시나리오와 연출자라면 연기자가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연출을 돋보일 수 있게 하는 게 오히려 연기자가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촬영 전 스태프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귀띔했다.
2년에 세 편 정도의 작품을 하고 있다는 이정재는 “제 성격과 캐릭터를 살핀다. 너무 다르면 인물을 꾸며야하기 때문에 (제 선에서)크게 벗어나지 않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고 선택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이정재는 절친한 동료인 정우성과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의 공동 대표로 나섰다. 함께 배우의 길을 걸어왔고 가족만큼 견고하고 끈끈한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가 큰 욕심은 없다. 우성 씨와 얘기한 게 회사를 크게 늘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도움은 주지만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게 디딤돌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재의 말투에서 데뷔 후 오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하루 하루 착실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얘기를 들으며 그 심증은 더욱 더 굳어졌다. 가만히 있어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다./ purplish@osen.co.kr
[사진] O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