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왁스 "친구로? 애인으로? 제 점수는요"[절친인터뷰②]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7.25 07: 55

[절친인터뷰①]에서 이어…
가게 손님과 사장으로, 발라드 가수와 팬 사이로 우연히 만났던 두 사람이 이제는 '10년 절친'이 됐다. 방송에 출연해 '영혼의 부부'라든가, '혼테크' 이야기를 주고받아도 어색함이라곤 전혀 없다. 배우 겸 방송인 홍석천과 가수 왁스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여느 이성친구와 똑같진 않다. 앞서 홍석천은 지난 2000년 9월 커밍아웃을 한, 대한민국 연예인 최초 동성애자이기 때문. 절친하게 어울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지만, 둘은 개의치 않는다. 홍석천과 왁스는, 유독 마음이 딱 들어맞고, 함께 있으면 언제든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을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다. 여느 절친들이 그러하듯, 서로의 연애 조언도 오가는 건 물론이다.

-연애에 대한 상담이나, 조언도 해주나요.
왁스: 전 별로 도움을 못줘요. 제 쪽에서 많이 조언을 구하는 편이죠.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그리고 입이 진짜로 무거워요. 오빠가 너무 편해서, 동성 친구한테 얘기 못하는 걸 얘기하기도 해요. 더 솔직하게요. 여행을 가는 것도 사실 비슷해요. 거기서도 오빠가 챙겨주고, 보호자가 되어주고, 좋은 곳도 데려가주고, 전 늘 받는 쪽이죠.
-그렇게 줄곧 붙어있으면,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지 않아요? '혹시…?' 하는 시선이라든가.
왁스: 안해요.(단호) 그걸 누가 해요? 아, 어르신들은 그럴 수 있겠네요. 진짜 막 심각하게 오해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손해죠. 오빠랑 붙어다녀서 진짜 제 짝이 안 생기는 기분이 들어요. 오빠는 나랑 붙어다녀도 알아서 연애 하거든요.
-친한 오빠로서 보는 왁스는 어떤 여자인가요.
홍석천(이하 홍): 사실 제가 게이가 아니었다면,(웃음) 정말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에요. 성격이 정말 털털해요. 제가 좀 예민하거든요.
-털털해요? 왠지 신비주의에, 예민할 거 같은데요.
홍: 노래들이 워낙 다 절절하잖아요. 그러니 왠지 얘는 사연있고, 항상 가라앉아 있을거 같고 그렇잖아요. 게다가 만나보면 낯가림도 심하니, 약간 공주과인가? 하고 생각했었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앞에서 더 오버하고 그랬었죠. 근데 알고보니, 완전히 허당이었어요.
왁스: 순식간에 친해졌어요. 그때 오빠가 만나던 애인이 있었는데, 그분의 역할이 컸죠. 심지어 나중에는 제가 석천 오빠보다 더 친해졌어요.(웃음)
-친구로서, 애인으로서, 서로에게 점수를 매겨본다면?
홍: 친구로는 A+인데, 여자로는 B-요. 본인을 너무 아껴요. 사랑이라는 게,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하고, 가고 싶지 않은 곳도 가줘야 하고, 먹고 싶지 않은 것도 먹어야 하거든요. 상대를 위해서 뭔가를 포기할 줄 알아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근데 얘는 자기가 싫은 게 얼굴에 너무 티가 나요. 옆에 있는 사람이 그걸 빨리 캐치해줄 수 있는 눈치가 있으면 되거든요. 싫어하는 게 그렇게 오래 가지도 않아서 금방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거든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려워할 수 있어요. 가수 왁스를 사귀는 게, 남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어려울 수 있죠.
왁스: 예민해서 그걸 알아차리거나, 아님 무대포로 밀어붙이면 되거든요. 저 그렇게 안 어려워요.
홍: 맞아요. 눈치없이 계속 밀어붙이면, 또 후루룩 넘어가요.
-그럼 홍석천 씨는 친구로서, 애인으로서 몇점인가요.
왁스: 친구로서는 좋죠. A+요. 애인은…오빠가 나 아까 몇점 줬지? B-라고? 애인으로서 이 오빠는 C에요.(웃음) 제가 오빠랑 다니면 항상 기다리거든요. 애인도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많아요. 사람이 좋다보니깐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 사람도 챙겨야하고, 저 사람도 챙겨야하고, 가족도 챙겨야하고, 챙겨야할 게 많은 사람이죠. 당연히 애인 입장에서는 힘들죠. 이해하죠? 그래서 제가 오빠 애인이랑 친해져요. 제가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달래주죠. 기다리는 동안 놀아주고, 불만에 동조해주고요.(웃음) 그렇게 기분이 풀어져요. 제가 그 역할(?)을 해요. 오빠한테 저는 되게 필요한 존재요.(웃음)
홍: 필요해요. 둘이서 직접적으로 말 못하는 게 있을 때, 알아서 조절해주는 역할을 해요. 둘 사이를.
왁스: 그렇네? 제가 그런 역할이었어요. 흑.
홍: 예전에 공항에서 '탁구공 사건'도 있었잖아.(웃음)
-'탁구공 사건'이요?
왁스: 오빠랑 오빠 (전)애인이랑 셋이서 여행을 간적이 있어요. 여행가면 싸울 때가 있잖아요. 근데 오빠가 애인이랑 심하게 다툰거에요. 전 양쪽 다 친하니깐, 여기가서 달래고, 저기가서 달래고, 그럴 수 밖에 없었죠. 하필 공항에서 줄을 서는데, 두 사람이 양 쪽 끝으로 각자 서는 거에요. 이쪽으로 가면 저쪽에 가서 있어주라고 하고, 저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가서 같이 있어달라고 하길래 '내가 탁구공이냐!'고 했죠.(웃음) 그때만 생각하면!
[절친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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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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