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250’ 말 안 통해 답답하다고? 그래도 진심은 통한다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7.25 14: 59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 한 마을에 모여서 살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가슴을 내리칠 것 같지만 그 반대다. 물론 대화 한 번 왔다갔다하는 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느리지만 점차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그 과정에 재미와 감동이 서려있다.
이달 첫 선을 보인 tvN 예능 ‘바벨250’에는 우리나라 배우 이기우를 제외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 7명의 글로벌 청년들이 남해 다랭이 마을에 모여 살면서 공용어 ‘바벨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바벨250’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같이 쓸 수 있는 하나의 언어를 만들자는 취지로, 6개의 국가에서 온 남녀 외국인들이 한국의 남해마을에 모여사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신개념 예능인 것이다.

제작진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바벨250’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과, 방향성,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현재 2회까지 방송됐다.
이원형 PD는 “처음에 글로벌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했었다. 세계인이 쓸 하나의 완벽한 언어를 만들어내긴 어렵지 않나. 하지만 필요한 단어를 만들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을 보고 싶었다"며 "서로 말이 안 통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촬영은 진행됐다.(웃음)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번역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주일이나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PD는 6명의 외국인 섭외 기준에 대해 “통역이 가능한 국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출신 중에 정말 괜찮은 출연자가 있었는데 통역이 어려워 캐스팅하지 못했다”고 비화를 털어놨다. 이어 한국 대표로 선정된 이기우에 대해서는 “이기우 씨가 정말 소탈하고 솔직하다. 매력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기우는 “예능 경험이 없는 제가 출연하는 게 부담되기도 했지만 신선한 콘셉트에 마음을 빼앗겼다”며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제가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1/N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만드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시작을 하게 됐고, 후반부로 가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도 경험하고 있다. 방송을 쭉 지켜보시면 처음에 좋지 않았던 부분도 나중에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제목에 쓰인 바벨이라는 뜻은 신이 사람들을 혼란시켜 제각기 다른 말을 쓰도록 한 장소를 말한다.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창세기 10장에는 세상의 첫 용사가 세운 도시라고 돼있다. 또 창세기 11장에는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고 말한다.
이기우는 이어 “(브라질)마테우스에게 손가락으로 'OK?'라고 물어봤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해프닝이었다”며 “오해가 쌓이기도 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후반부에는 눈빛만 봐도 통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다. 신기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서로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연기적으로도 제게 큰 가르침을 남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벨250’의 기본 룰은 각자의 모국어로 소통하고,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한다. 또 매일매일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출하며 전 세계 공용어인 ‘바벨어’를 만들어야한다. 이기우, 삼바 챔피언 마테우스, 베네수엘라 미인 미셜 마리에, 태국 부자 타논 바라야, 프랑스 훈남배우 니콜라 포르티에, 콘서트 디렉터 천린, 러시아 여대생 안젤리나 다닐로바 등 7명이 동고동락하며 하나로 아우를 바벨어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프랑스인 니콜라는 "처음에는 말이 안 통했다. 가령 마테우스는 외향적이고 재미있는 친구다. 기우나 안젤리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서로가 본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생활하면서 서로를 점점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미셸은 “개인의 개성이 다르지만 각자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돼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PD는 “사실 글로벌 공통어 프로젝트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게목표다.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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