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윤정수가 또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다. 한 번도 힘들다는 군대를 두 번이나 갔다 왔다. 앞서 중년 특집으로 군대에 갔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개그맨 특집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중년 특집 때는 동기들을 살뜰히 챙기는 ‘윤비서’로 훈훈한 분위기를 이끌었던 윤정수가 개그맨 특집에서는 맏형으로 대접을 받기는커녕 개그맨들과 개그 경쟁을 하고 고된 유격훈련까지 해야 하는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윤정수는 김영철, 허경환, 김기리, 문세윤, 황제성, 양세찬, 이진호와 백마부대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왔는데 유격훈련에는 계급이 없기 때문에 모두 다 같은 교육생 신분이었다. 윤정수도 마찬가지였다. 윤정수로서는 답답할 노릇.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재미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계급도 계급이지만 최고령자로서 훈련이 쉽지는 않았다. 45세에 20대 초반의 교육생들과 동등하게 그렇게 고되다는 유격훈련이 힘든 건 당연했다.
- 중년 특집 때도 군대를 다녀왔는데 이번 개그맨 특집은 어땠나?
▲ 이번 개그맨 특집 멤버 중 내가 최고령이고 제일 선배다. 개그 말고도 진짜 잘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처럼 어려서 실수가 용인되지 않는 나이라는 걸 느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촬영 끝나고 단체 카톡방도 만들고 멤버들과 만나서 회식했는데 내가 밥값을 냈다.
- 중년 특집에 이어 또 개그맨 특집에 출연한 이유는?
▲ ‘진짜 사나이’를 가는 데 있어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 주말 예능프로그램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섭외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중년특집 갔을 때 힘들었지만 견딜 만했다. 이번에는 군대의 꽃이라고 하는 유격훈련을 받았는데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그에 비하면 중년 특집은 할 만했다. 중년 특집에서 훈련할 때는 할 것만 하면 됐는데 유격훈련은 훈련을 받으러 가고 올 때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 걸 처음 겪었다. 또 섭외 제안이 오면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있는 것 같다. 훈련을 버티지 못하는 날 보면서 자괴감이 생기더라. 체력 소진 후 사회로 돌아와서도 여러 가지 여파가 만만치 않게 있었다. 면역력도 떨어지고 결막염도 걸리고 피부병도 걸렸다. 다른 친구들은 안 걸렸는데 내 나이에서 치러야 하는 것들이 있더라.
- 어느 정도로 힘들었나?
▲ 부상은 없었는데 훈련받는데 토할 것 같았다. 지금 프로그램 7개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 3~4 프로그램이 힘들다. ‘내 몸 사용설명서’나 ‘용감한 기자들’ 같은 경우 스튜디오에서 해서 괜찮은데 그 외 프로그램은 야외에서 촬영하는 것들이 많다. 야외 촬영이 힘들긴 한데 시청자들이 내가 야외에서 하는 걸 더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유격훈련에서 하는 훈련은 다 떨어졌다. 일이 없었을 때는 마라톤도 하고 20km를 뛰기도 했는데 이젠 일이 많아서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몸이 배겨나지 못한다.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데도 살이 안 빠진다. 재석이처럼은 못할 것 같다. 재석이는 그렇게 바쁜데도 관리를 잘하니까. 동갑 친구인데도 존경한다. 옛날에는 경쟁자였는데 이제는 존경하는 인물이 됐다.
- ‘진짜 사나이’ 찍을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 웃기려는 경쟁이 많았다. 훈련할 때 실수를 해도 어떻게 실수를 할 것인가 고민하고 서롤 비난하고 그랬다. ‘너 이거 웃기려고 한 거 아니냐’, ‘냄새난다’고 했다. 황제성은 자기는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콩트를 하다 보니까 몸에 밴 것 같다. 예상한 대로 김영철이 말이 제일 많았다. 김영철은 말이 많지만 필요한 캐릭터다. ‘진짜 사나이’ 촬영 이틀째부터는 다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김영철이 애드리브 연기도 하고 말도 많이 해줬다.
우리가 진짜 군인이 아니라 예능과 훈련 그 중간에서 조절을 잘해줘야 한다. 너무 재미로 가면 장난 같아 보이고 진지하면 다큐로 갈 수 있다. 예능과 다큐 사이에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진짜 사나이’가 그 외줄 타기를 잘 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제작진이 대단해서 힘들다는 말을 못한다.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다음 장소에 먼저가 있고 여자 작가들도 다 같이 움직인다. 방송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스태프들이 사십 명 정도가 있는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군인과 협조해도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카메라가 움직이면 스태프들이 모두 다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상황이 촬영 내내 일어난다.
- 저번 출연 때는 후배들을 챙겨서 ‘윤비서’로 불렸는데 이번에는 캐릭터가 다른 것 같다
▲ 나이 어린 멤버들과 가니까 내가 구멍이 컸다. 긴장을 늦췄는지 몰라도 내가 구멍이 큰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아마 준비성이 떨어지는 군인이었다. 옛날에는 완벽했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어휘력은 안 떨어지는데 체력이 떨어진다. 좋은 표정으로 쭉 가기가 힘들다. 나이가 먹으면서 긴장이 풀린다. 윗사람으로서 뱉지 말아야 할 어휘가 가끔 나온다. 나 자신을 잘 잡아가야겠다.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