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은 좀비 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그리고 점점 변해가는 공유와 천인공노할 악역으로 등장하는 김의성이 서로 대립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둘 사이에 놓이게 된다.
성공한 펀드매니저인 석우(공유 분)는 대학을 나와 증권회사에 취직하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치열한 증권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석우는 이기적이고 출세 지향적으로 살아왔다. 더 위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 남들을 짓밟아야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아왔다.
그런 만큼 좀비가 난리를 치는 부산행 KTX에서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위기를 감지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한다. 석우는 늘 그렇듯이 자기 자신과 딸 수안만을 위해서 행동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석우를 변화시키는 것은 수안과 상화와 노숙자(최귀화 분)다. 좀비와 싸우느라 뒤쳐진 자신을 기다려준 상화, 옷을 벗어서 좀비의 눈을 가려주며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노숙자의 도움을 받고 조금씩 달라진다.
석우가 차츰차츰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언제 좀비가 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위기 상황에서 전보다 더 치열하게 싸우는 석우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우리는 영화 속 배우들과 함께 끈끈한 연대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야 말로 ‘부산행’이 가진 힘이다.
석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용석(김의성 분)의 존재도 단순히 악역을 뛰어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용석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석우와 용석의 큰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석우와 용석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좀비가 가득 찬 기차에서 오히려 극단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석우는 사회에서 살아남은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살아남는 것을 택한다. 용석은 기차 안에서 이기적인 면을 극대화하며 사람임을 포기하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용석의 입장을 이해하는 관객도 있게 마련이다.
‘부산행’의 흥행은 단순히 장르 영화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부산행’이 과연 한국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부산행'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