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쌍한 사내를 어쩌면 좋을까. 환자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뷰티풀 마인드' 장혁이 자신의 공감 장애의 원인을 알게 됐다. 그의 공감 장애는 단순히 전두엽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이기적인 동기로 그에게 수술을 감행한 아버지 허준호가 수술이 잘못됐다 오해, 그를 공감 장애를 가진 아이로 키워온 것이 문제였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극본 김태희 연출 모완일 이재훈)에서는 이영오(장혁 분)가 평생 고민하며 살아온 공감장애가 사실은 양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 때문에 생긴 것임이 밝혀졌다.
이날 이건명의 앞에는 과거 이영오에게 뇌수술을 할 당시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함께 한 동료 의사(손종학 분)가 나타났다. 휠체어를 탄 그는 이건명이 죽은 아들을 위해 이영오에게 수술을 감행했고, 그 과정에서 이영오가 전두엽을 다쳐 공감 장애인, 즉 사이코패스로 살아 온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를 빌미로 이건명의 약점을 잡은 그는 자신의 제약회사에 재생의료 치료제 특허권을 넘기라고 종용했다.
반전은 놀라웠다. 이건명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옛 동료이자 제약 회사의 대표는 그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과거 이건명이 이영오에게 했던 수술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간 이건명은 이영오가 수술중 전두엽을 다쳤다고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이영오가 사이코패스로 자랄까 두려워 그를 아들로 삼아 감정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해왔다. 결국 이영오를 감정장애인으로 여기고 무리하게 교육을 진행해온 수십년이 이영오를 진짜 괴물로 만든 것이었다.
모든 사태를 파악한 김민재(박세영 분)는 이영오에게 "넌 괴물 아니다. 이영오. 넌 의료사고 피해자다. 완벽한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시작된 은밀한 데다 집요하고 지속적인 학대의 피해자"라며 "국내 최고 신경외사 써전 이건명 교수가 자신의 명성 지키기 위해 세상에 들키고 싶지 않았던 실패작. 그게 너다"라고 이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자신이 고통 받았던 감정 장애의 원인이 아버지임을 알게 된 이영오는 그 길로 이건명을 찾아갔고 "아버지, 당신이 사실은 날 괴물로 길러낸 진짜 괴물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거냐?"며 따졌다.
이어 그는 "이런 어려운 감정 가르쳐준 적이 없잖아요, 아버지.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실패작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간 이건명은 이영오를 자신의 실패작처럼 여기며 폭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영오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오판한 채 그에게 억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것을 강요하고 훈련했다. 이건명이 이영오에게 심어 둔 이야기들은 내내 이영오를 괴롭혔고,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모든 것이 밝혀진 지금, 이영오는 방황하고 있다. "더 이상 실패자로 살고 싶지 않다"며 아버지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을 택한 그가 보통 인간으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찾아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뷰티풀 마인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