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무엇이 중요하겠나. 한국 레슬링의 전설 심권호 감독과 박은철 코치가 승부를 떠난, 후배와의 멋진 레슬링 경기 한 판으로 감동을 안겼다. 두 사람이 연이어 패배했지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제자이자 후배인 정지현의 탁월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권호와 박은철은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에 후배 정지현과 함께 예체능 멤버들에게 레슬링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 출연했다. 연예인 레슬링을 기획한 '예체능'에는 레슬링 선수 남의철, 개그맨 윤형빈, 가수 조타, 배우 서동원, 아이돌 그룹 오프로드 대원, 개그맨 이수근, 이승윤, 가수 강남이 함께했다.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심권호, 박은철과 최근까지 국가대표 현역 선수로 뛰었던 정지현과의 대결이었다. 심권호와 박은철은 감독과 코치로 각각 활동하고 있었지만, 현역 선수와의 대결은 오랜만인 상황. 역시나 전세는 불리했다. 체급과 현재의 기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반 심권호에게 밀리는듯 했던 정지현은 이내 그를 파악한 후 강한 힘으로 밀어붙여 2회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그 뿐 아니라 박은철에게도 역시 초반에는 밀리는 듯 하다가 역시 강력한 메어넘기기로 몰아붙여 승리를 차지했다. 금메달리스트의 동물적 감각으로 얻어낸 승리였다.
예전같지 않은 느낌에 심권호와 박은철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만은 않은 듯 했다. 현직 선수와 맞붙어도 완전히 밀리지 않는 실력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잘하는 후배 선수의 기량을 실제로 확인하며 우리 레슬링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지현은 "박은철 코치님이 레슬링 감이 많이 살아계셨고, 힘들었다. 고전했다"고 선배와의 대결을 경험해 본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 '예체능'에서는 리우올림픽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연예인 레슬링 대회를 선보일 예정. 레슬링 종목을 택한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가 강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종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이날 등장한 노장들이 젊은 시절 땀으로 일궈낸 빛나는 역사가 한몫한다. 투혼을 보여준 노장들의 본격적인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사진] '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