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무고로 밝혀지는 분위기다. 성폭력 고소를 당한 이진욱 스캔들의 결말이다. 앞서 박유천이 무려 4건의 성폭행 고소를 당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드러났고 이민기 또한 찌라시발 '카더라' 통신의 희생양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찰 조사결과 성폭행과 무관했다는 것뿐 아니라 일찌감치 '명예 살인'을 당했다는 것이다. 진실이야 어찌됐건, 인기로 먹고사는 톱스타들이 성 스캔들 관련으로 고소를 당하고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순간에 '게임 오버'다.
이진욱이 성폭행 혐의로 처음 경찰에 소환됐을 때 '당당한 이진욱, 무고로 밝혀질 경우의 연예계 파장'이란 글을 썼다. OSEN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진욱은 말 그대로 당당한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까지 지었다. 기자들을 만나 "내가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무고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고는 정말 큰 죄다.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오겠다"고 했다.
기사와 사진이 나가자 온갖 악플이 달렸다. "뻔뻔하다" "뭘 잘했다고 저렇게 당당한 얼굴이냐"고 이진욱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당시 이진욱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성폭행범'의 낙인부터 찍혔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적어도 연예인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 했다. 이진욱 무고 사건의 초기 기사를 복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략...이렇게 지어진 멍에는 경찰에서 이진욱이 '성폭행 무혐의'를 받는다고 해서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앞선 남성 스타들의 성 관련 스캔들에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유흥업소를 출입했던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에 억대 금품 요구 협박을 받은 것도 부족해 일부 보도에서는 성 도착적 정신 문제로까지 몰고갔다.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박유천급 톱스타가 아니었다면 이 땅에서 벌어지기 힘들었을 일이다.
박유천의 첫 고소인이 몰고온 파장은 컸다. 분명 돈을 요구한 정황이 다 드러났음에도 모든 공격과 비난이 박유천을 향하자 제 2, 제 3, 제 4의 고소가 터졌다. 박유천에 끝나지 않고 다른 스타들로까지 불똥이 튄 가장 큰 이유는 "남자 연예인의 성 문제를 건들면 돈이 된다"는 뻔뻔한 공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이번 이진욱 경우에는 금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안타까운건 고소와 동시에 무조건적으로 일방의 잘잘못을 여론으로 몰아부치는 악습이 재현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연예계 매니저들의 자세 변화다. 적게는 수 억, 많게는 수 십 억 협박이 터질 경우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돈을 주고 상황부터 진정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진실은 이렇다"며 경찰로 사안을 들고간 몇몇 스타들이 무죄, 무혐의와 상관없이 악성 루머의 늪에 빠져 만신창이 드러눕는 사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 매니저는 "설사 무고죄로 상대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해도 (스타한테)무슨 득이 있겠나? 이미 잃을 건 다 잃고 난 다음인데.."]
그리고 이진욱에게는 악몽이었을 15일이 흘렀다.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를 조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27일 오전 OSEN에 "이진욱씨를 고소한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조사는 거의 마무리 됐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A씨의 무고죄 혐의를 검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이진욱은 미남 스타로서의 깔끔하고 산뜻한 이미지를 잃을만큼 잃은 다음이다. 하지만 이진욱 사건으로 연예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일단 찌르고 보면 돈이 나온다'는 세간의 인식부터 근절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진욱이 무고의 피해자로 밝혀지면서 앞으로 인기 연예인을 노리는 성관련 무고들에 대한 대처와 운신의 폭은 상당히 넓어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난 두 세달 동안 연달아 터져나온 악성 고소와 루머의 악순환 고리를 부수는 데 힘을 합쳐야 될 시기임에 분명하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