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의 질주가 무섭다. 신작들의 개봉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로써 '부산행'의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하게 됐다. 그간 '돼지의 왕', '사이비' 등 걸출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바 있지만 실사 영화는 이번이 처음. 그랬기에 더욱 궁금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부산행'은 마요미, 마동석의 재발견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물론 마동석이야 그 전의 작품들을 통해 이미 자신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다. 유머러스함은 물론, 좀비를 손으로 때려잡는 마초적인 모습은 관객들이 '부산행'에 열광케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
사실 마동석이 분한 상화 역할은 지금 관객들이 만나고 있는 캐릭터가 아니였다. 애초엔 연상연하 커플로 연하남 이미지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연상호 감독과 '부산행'의 시나리오 작업을 한 박주석 작가는 거듭된 회의 끝에 재밌으면서도 귀엽고, 마초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그 캐릭터에는 마동석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마동석 배우가 독보적이였죠"라고 연상호 감독은 껄껄 웃어보였다.
다음은 연상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 '부산행'은 어떻게 탄생한 영화인가.
▲ '서울역'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NEW쪽에서 '서울역'을 확장해 실사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때 내가 그러면 실사 영화는 다른 내용으로 한번 해보자 얘기를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부산역'을 만들었을 때는 '월드워Z'보다 잘나왔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던것같다.
- 극 중 마동석이 맡은 상화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 박주석 작가가 생각한 라인이 있었고 내가 생각한 라인이 있었다. 나는 석우(공유 분) 중심의 라인을 생각했었고 박 작가는 상화를 주된 라인으로 잡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메시지에 더 중점이 맞춰져 있었고 박 작가는 액션 중심의 이야기였다. 그 두 개를 합치는 과정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지금의 상화다. 내가 쓴 글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원래는 연상연하 커플이었는데 바뀐 거다. 캐릭터가 바뀌면서 재밌고 귀여우면서 마초적인 배우가 누가있나 생각해봤더니 마동석이 독보적이었다(웃음).
- 전형적인 신파라는 지적도 있다.
▲ 원래 신파적인 요소를 좋아한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때에도 감정과잉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원래 '슬램덩크'같은 감수성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분들은 내가 자본에 굴복했다는 말도 하시던데 전혀 아니다. 하하.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관객을 만나고자 했다면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가오를 잡는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를 만들때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하려고 한다. 메시지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게 중요했다. 어려운 메시지를 쉽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측면에 들어간 것이 신파인거다.
- 연상호 특유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없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 그 전 작품을 할때도 비판은 늘 있었다.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돼지의 왕', '사이비' 만들때도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이해하는 영화를 만들고싶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게 내 목표다. 영화적인, 미학적인 접근으로 봤을 때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똑같은 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부산행'도 마찬가지다. 좀비 영화를 좀비 매니아들을 위해 만든다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대부분 투자자와 창작자를 대결구도로 보시는 것 같은데 그럴 이유가 없다. 한국 사회의 정서 자체가 착취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 / trio88@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