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우리도 종편처럼 될 것 같다.”(지상파 예능 PD A 씨)
지상파 예능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 감각의 독특한 구성을 내세운 케이블 채널과 JTBC 예능이 격하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중장년층을 잡는 ‘안전빵’ 전략의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 MBN, 채널A가 시청률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
한 지상파 예능 PD는 최근 OSEN에 “우리 방송사는 제작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년층 겨냥 프로그램만 내놓는 것 같다”라면서 “시청률이 주말보다 낮게 나오는 평일 예능프로그램은 죄다 젊은 사람들은 보지 않는 중장년층만 선호하는 프로그램만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PD는 “케이블 채널처럼 시청률은 낮더라도 도전 정신을 갖고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조기 종영되고, 어디서 본 듯한 TV조선, MBN, 채널A에서 볼 법한 프로그램들만 평일에 버티고 있으니 PD들이 색다른 실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현재 평일 예능프로그램 중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높은 프로그램은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유일하다.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도전 정신을 갖고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죄다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고, ‘라디오스타’와 함께 장수 토크쇼인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시청률과 화제성이 예전만 못한 상태다. KBS 2TV ‘안녕하세요’, SBS ‘백년손님’과 ‘불타는 청춘’ 등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구성이나,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이 출연해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이 지상파 평일 오후 11시대에 버티고 있다.
반면에 케이블채널과 ‘탈종편’을 표방하는 JTBC는 지상파 예능프로그램과 다른 시간대에 젊은 감각의 예능프로그램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물론 성공하지 못하고 조용히 종영하는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지만 일단 새 예능 흐름을 만들고 기획 활로를 찾고자 하는 도전 정신만큼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배우학교’와 같은 대박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경쟁 프로그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광고 판매 역시 뚝뚝 떨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줄어든 제작비로 인해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나올 수 있는 기존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그나마 제작비가 많이 산정되고 광고 판매율이 높은 주말 예능과 달리 평일 예능은 케이블과 JTBC의 약진과 적은 제작비로 소소한 수익을 걷는 다른 종합편성채널에게 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구조적인 이유와 방송 환경 변화로 인한 지상파 PD의 이탈이 거듭되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PD들이 부족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상파 3사가 어느새 줄어든 영향력과 경쟁력 약화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SBS, JTBC,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