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점차 도루, 타고투저에 무색해진 불문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7.29 05: 52

김태균, 28일 SK전 3회 11점차 기습도루  
불거진 불문율, 타고투저 시대 인식 변화
2년 전 KBO리그에는 불문율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선수협 차원에서 6회 6점차 이상 상황에는 도루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선수협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큰 점수 차에서 도루는 상대팀을 자극하는 플레이로 취급받았다. 

지난 28일 대전 SK-한화전에서 다시 한 번 불문율 논란이 생겼다. 한화가 11-0으로 크게 리드한 3회말, 1사 1·3루에서 김태균이 2루 도루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태균의 시즌 첫 도루이자 통산 25번째 도루. 워낙 도루를 하지 않는 김태균이었기에 팬들은 진귀한 장면에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도루를 빼앗긴 SK 투수 고효준은 공수교대 때 고개를 갸웃했고, 한화 주장 정근우가 SK 벤치에 사과 의사를 표했다. 팬들은 매순간 최선의 플레이를 바라지만 현장 야구인들은 "상대팀은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SK는 1루수 박정권이 베이스를 완전히 비워 놓았고, 유격수 김성현과 2루수 최정민 모두 커버를 하지 않았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베이스코치의 사인을 받은 김태균이 2루로 뛰더니 선 채로 들어갔다. SK 포수 김민식은 2루 송구 동작도 없이 포구에만 집중했다. 사실상 무관심 도루였지만 3회 이른 시점이라 기록은 정식 도루가 됐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5회 김태균 타석에서 그를 빼고 대타 신성현을 넣었다. 다행히 경기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경기 후 김태균은 "3회였기에 경기 초반이었다. SK 타선이 강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도루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변한 야구의 흐름에 맞춰 움직였을 뿐이다. 
한화는 김태균의 2루 도루로 후속 김경언의 2루 땅볼이 병살타가 되지 않아 1점을 추가, 12-0으로 더 달아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1점이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SK가 뒤늦게 매서운 추격전을 벌였다. 4회·6회 1점, 7회 4점, 9회 2점으로 12-8까지 쫓아온 것이다. 결국 한화는 12점차 리드에서 정우람·송창식·권혁 등 필승조 투수들을 점검 차원 이상으로 소모했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요즘 우리나라 야구는 정도를 확실히 벗어나 있다. 1~2점 승부가 아니라 무자비한 공격 야구가 되고 있다. 투수들이 전멸됐다"며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언제 어떻게 승부가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 12점차 여유 있는 리드가 결국 4점차로 좁혀져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큰 점수 차에서 도루는 늘 보복구를 불렀지만 이날 SK는 남은 이닝 한화 타자들에 위협구를 안 던졌다. 타고투저 시대를 맞아 3회 11점차 도루도 감정적으로는 기분이 상해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식 변화가 생긴 것이다. 3년째 심각한 타고투저 흐름이 지배하는 KBO리그에서 불문율이 무색해졌고, 그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큰 점수 차에서 불문율에는 도루뿐만 아니라 투수 교체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어제(27일) 9회 투수를 바꾸고 싶었는데 논란이 될까봐 바꾸지 못했다. 지고 있을 때 그러면 상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싫어한다. 점수 차가 날 때 도루하면 난리가 난다. (상대를 자극시키려는) 그런 문제가 아닌데…"라며 불문율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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