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승부조작 사태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전체가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번에야 말로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OSEN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승부 조작이라는 검은 유혹은 멀리 있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조금씩 선수들 곁을 파고들었다.
승부조작의 광풍이 KBO리그를 휩쓸고 있다. 4차례의 승부 조작을 시도해 2차례 성공한 이태양(전 NC)과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에 정황이 포착된 문우람(상무), 그리고 2년 전의 승부조작 사실을 털어놓은 유창식(KIA)까지. 여기에 지난 28일에는 유창식과 함께 승부조작을 공모한 브로커 김씨까지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향후 승부 조작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28일 수사를 받은 브로커 김씨다. 브로커 김씨는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현역 선수의 친형이다. 현역 선수의 가족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할 정도로 야구판에서의 승부조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김씨와 같은 경우가 현재 승부 조작의 시작이 되는 '검은 손'의 대표적인 사례다. 학창시절 야구를 통한 단체생활로 억압된 분위기에서 벗어난 선수들의 통제할 수 없는 자유분방한 환경을 이해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또한 선후배 문화에 깃든 야구 선수들의 습성을 알고 있다. 승부 조작의 브로커로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에 주변의 지인들이 '아는 형님'이라고 소개시켜주는 사람들이 더해진다. 이들은 조직 폭력배이자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관리자인 경우가 대부분. 푸근하고 친한 형님처럼 접근했고, 아직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적립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에게 든든한 '스폰서'가 되어주겠다고 한다.
술도 사주면서 때로는 유흥업소에서의 은밀한 만남까지. 선수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그러나 선의를 베푸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의를 감추고 목적을 갖고 접근하기 마련. 접근한 목적은 결국 승부 조작이었다. 그동안 향응을 제공한 것을 미끼로 던진다.
한 번은 괜찮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한 번이 헤어나올 수 없는 '악의 굴레'가 되어버린다. 성공하면 뭉칫돈이 들어오는 반면, 실패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시 한 번 승부 조작의 판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태양은 승부 조작 실패로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또한 최근 새롭게 발견되는 수법은 실상은 브로커지만, 선수들에게 에이전트로서 역할을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무리들이다. 이태양과 함께 승부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브로커 조모씨는 에이전트 행세를 하면서 선수들에 접근했다.
KBO는 에이전트 제도를 규약에 명시하고 있지만 부칙으로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에이전트 제도는 실시되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암암리에 에이전트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러한 접근법이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 승부 조작의 브로커가 에이전트의 탈을 쓰고 선수들에게 검은 손을 내민 것.
승부조작의 패턴 역시 광범위하다. 보편적인 수법인 1회 볼넷과 1회 실점 등은 예사고, 이닝 별 득실점을 따져 언더/오버 배당을 매기는 고차원적인 수법까지. "불법 스포트 도박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배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이용자의 말처럼 승부조작 패턴은 내부자가 아닌 이상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다.
야구 관계자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선수들에게 스폰서에 대한 교육과 승부 조작에 대한 교육을 시켜도 선수 본인들은 순간의 유혹을 넘기기 힘들다. 의지가 없으면 교육도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스폰서에 대한 교육과 '돌팔이' 에이전트들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과 KBO의 엄격한 자격 심사는 필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리그 전반적인 개혁을 고민하는 지금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는 승부 조작의 싹이 돋아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jhrae@osen.co.kr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① 다시 승부조작, 이러다 대만처럼 된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②퓨처스와 아마야구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