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선 좀체 볼 수 없던 배우 하정우가 프로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몇 차례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더니, 특유의 느긋하고 능청스러운 입담이 제대로 터졌다. 향후 개인 방송을 한다면 맛 없는 집을 찾아 다니겠다는 그의 말에 보는 이들이 ‘하영돈PD’라는 별명까지 붙일 정도다.
하정우는 지난 29일 네이버 V앱을 통해 방송된 ‘배우를 만나다 LIVE’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터널’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눴다.
등장부터 문가에 숨어 장난스럽게 방송을 시작한 하정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들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방송을 위해 ‘터널’을 편집한 스튜디오를 통째로 빌렸다는 말에 짐짓 굳은 표정으로 “방해가 됐겠네요. 되게 싫어할 거야, 편집실에서. 굉장히 실례를 범하고 폐를 끼치고 있어요”라고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라이브가 끝나기 직전까지 “스튜디오를 다 빌렸는데 30분 밖에 안 한다는 건 좀 그렇다”며 자진해서 방송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터널’ 속에서 물이 무엇보다 귀한 극한상황에 처한 정수 역을 맡은 그는 생수 광고가 들어올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말에 “찍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를 해 볼 수는 있다”며 “헐값에 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줬다.
김성훈 감독과 배우 오달수에게는 어쩐지 ‘디스’처럼 느껴지지만 문자로만 보면 애정이 넘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현장에 준비된 김성훈 감독의 사진을 가리키며 “숱이 없어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닌다”며 “그냥 벗고 톰 포드나 지단처럼 하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계속 말한다. 왜 이렇게 모자를 쓰고 다니는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도 나이를 먹으며 이마가 넓어진다고 ‘셀프 디스’도 서슴지 않았다.
‘천만 요정’이라는 국민 애칭을 보유한 오달수에게는 새 별명을 여러 개 지어 줬다. 막걸리 파이터, 공복 막걸리, 모닝 막걸리, 모닝 맥주 등이 그것이다. 하정우는 오달수가 막걸리를 정말 좋아한다며 대한민국 막걸리 회사들이 그를 모셔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해 또 한 번의 웃음을 선사했다. 또 자신은 맥주를 좋아한다며 현재 광고 중인 맥주 브랜드의 이름을 방송 중에 밝혀 모두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말띠라서 당근 케이크를 좋아한다” “터널에 갇힌다면 마지막 통화를 가족과 하겠지만, 감동적 인사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 구하러 오라고 하겠다”고 한다든가 톰 행크스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등 엉뚱한 답변들이 계속됐고, 시청자들도 방송이 끝날 때까지 약 8만 5천개의 하트를 보내며 이에 응답했다.
개인 방송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먹방’에 관심을 드러내다가도, 맛 없는 집만 골라 찾아서 주인에게 허심탄회한 음식 평을 해 주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정우는 “식당을 찾아가서 ‘왜 그랬냐’ ‘설렁탕에 왜 분말을 썼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주인과 우정을 다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단번에 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이영돈PD의 이름을 딴 ‘하영돈PD’라는 별명이 생겼다.
최신 유행 애교인 ‘샤샤샤’는 차마 못 하겠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손가락 하트는 원없이 보여준 하정우였다. 성의도 있는데 재미까지 있으니, 그의 방송을 안 보고 넘어갈 재간이 없었다. ‘하영돈 PD’가 진행하는 ‘맛 없는 집’ 고발 방송은 과연 가능할까. 해외 코리아타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영화 감독 하정우도 기다려지지만, 방송 시작부터 라이브 방송에 흥미를 느낀다고 고백했던 프로 방송인 하정우의 특급 ‘맛 없는 집’ 탐방기를 고대해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V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