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는 조직 폭력배를 '암살'에서는 독립군을 속였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이정재는 북한군을 속이기 위해 나섰다. 믿고 보는 이정재가 믿을 수 없는 역할을 맡을 때 영화는 흥행한다.
이정재가 한국전쟁 당시 해군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로 변신한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3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장학수는 박남철(박성웅 분)로 변장을 하고 북한군 인천 방어 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을 속인다. 하지만 림계진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장학수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인천상륙작전'을 보게 하는 재미는 장학수와 림계진의 치열한 수 싸움과 대결이다. 속여야 하는 장학수와 의심해야 하는 림계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영화를 이끌어가면서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장학수는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과감하게 림계진을 속이고 모든 것을 아는 관객 입장에서는 절로 손에 땀을 쥐고 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천만 흥행을 기록한 '암살'에서도 이정재는 속이는 역할을 맡았다. 염석진(이정재 분) 역으로 상해 임시정부의 정보를 일본 경찰에게 빼돌리며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암살'에서는 김구 선생을 속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김구 선생이 나를 의심해"라는 뻔뻔한 명대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암살'의 가장 비열한 악역으로 톡톡한 역할을 했다.
'암살'에 앞서 대한민국 조직폭력배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신세계'에서도 철저하게 남들을 속였다. 이자성(이정재 분)은 경찰의 스파이로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에 잠입했고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을 조직폭력배로 지냈다. 이자성은 경찰인 강 과장(최민식 분)과 골드문의 이인자 정청 사이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받고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자성은 경찰인지 조직폭력배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과 경찰과 정청 사이에서 정체가 드러날 위기 속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자성과 강 과장 그리고 정청의 연기 앙상블이 빛난 영화였다.
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이정재는 상반되는 양 측면을 담아내는 데 능숙하다. '신세계', '암살', '인천상륙작전'에서 이정재는 단순히 남을 속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 무엇이냐는 질문까지 하게 만든다. 역할을 넘어선 배우의 힘이다./pps2014@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