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의 한예리는 요즘 ‘흙수저’라 불리는 청춘이다. 부모님의 도움은 조금도 받을 수 없고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잠이 모자를 정도로, 운동화 한 켤레 마음 놓고 사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사는 청춘이다.
그런 청춘 한예리에게 사랑은 ‘사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데도 그 달달한 감정을,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감정을 먹고 사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포기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30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 김상호) 4회분에서는 진명(한예리 분)의 사연이 그려졌는데 진명은 식물인간인 남동생이 있고 동생을 돌보는 엄마가 있다. 하지만 진명은 엄마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진명의 바람은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거다. 이날 진명의 대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진명은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 났다고. 죽어도 평범해지지는 않을 거라 다짐했다. 평범하다는 것은 흔한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지루하다는 의미였다. 그때의 나에게 평범하다는 것은 모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해질 거다. 나는 지금 평범 이하다”라고 한 것.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서 진명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진명은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 살면서 의지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래도 팍팍한 삶 속에서 특별한 감정은 생겼다. 아르바이트 하는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는 재완(윤박 분)에게 고백을 받았고 진명도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달달한 감정을 키워나갔다. 진명과 재완은 서로를 신경 쓰기 시작했고 진명은 재완이 일하는 편의점까지 찾아가 새벽 데이트를 하며 진명과 속 얘기도 하고 빵 끈으로 만든 반지를 끼워줬고 진명은 집에 와서도 재완 생각뿐이었다.
진명은 공과금도 손을 벌벌 떨며 내고 28살이 될 때까지 졸업도 못한 상황인데 그렇게 아낀 돈으로 상을 받은 재완에게 축하선물까지, 고된 삶 속에서 의지할 사람이 생긴 듯했다. 하지만 뭐 하나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진명은 엄마에게 전화를 받고 급하게 병원에 갔는데 엄마를 바닥에 앉아 오열했다. 이제 동생이 죽는 듯했다. 앞서 진명은 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 술을 먹으면서 서로 비밀을 털어놓다가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동생이었던 것.
진명은 레스토랑 퇴근 후 재완을 기다렸다. 진명은 재완에게 머리를 기대고 “내 동생이 안 죽었다. 6년 동안이나 안죽고 이번엔 진짜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죽기를 바랐는데”라고 하고는 “나 좋아해요? 아직도 나 좋아하냐”고 했고 재완은 그렇다고 했다.
진명은 “나 좋아하지 말라.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진다. 여기서 약해지면 진짜 끝장이다. 그러니까 나 좋아하지 말라”라고 재완의 마음을 거절했다. 집으로 돌아온 진명은 하염없이 울면서 가슴 아파했다. 재완을 좋아하면서도 마음 편히 사랑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괴로워했다.
먹고 사는데 바빠서 사랑도 마음껏 할 수 없는,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청춘.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라 더욱 가슴 아픈 청춘이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청춘시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