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끝 '꽃길'만 걸을 것 같던 여주인공이 난데없이 도로로 뛰어들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옥죄었던, 심지어 바람까지 났던 전 남편을 위해서다. 그런 여인을 지키고자 현 남편이 달리는 차를 막아섰다. 종영을 5회 앞둔 MBC '가화만사성'의 스토리다.
30일 방송된 MBC '가화만사성' 45회에서 봉해령(김소연 분)은 뇌종양에 걸린 전 남편 유현기(이필모 분)를 간병하겠다며 집으로 돌아왔다. 앞서 그는 사랑하는 서지건(이상우 분)과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들의 죽음에 서지건이 관련됐다는 걸 깨닫고 유현기에게 돌아갔다.
그런 봉해령에게 유현기는 "책임감 덜려고 온 거냐. 난 싫다. 아직도 난 남자로서 널 안고 싶고 보고 싶고 가슴이 뛴다. 너한테 멋있는 남자이고 싶다. 죽어가는 환자가 아니라"라는 말로 마음을 내비쳤다. 봉해령은 "욕심도 많네. 내 마음 다시 움직이고 싶으면 죽어도 살아"라며 싸늘하게 돌아섰다.
그럼에도 봉해령은 유현기와 같은 방에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고통스러워 하면 간호해 주겠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새벽 늦게 유현기는 홀로 고통을 감내했고 그를 보며 봉해령은 오열했다. 나가라고 소리치는 유현기를 끝까지 붙잡으며 병마와 싸워 이겨 달라고 부탁했다.
식단은 유현기를 위한 환자식으로 모두 준비했다. 악마 같던 전 남편과 함께 서점에 가 뇌종양과 관련된 서적을 수십 권 살 정도로 마음을 다했다.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유현기에 대한 애증으로 그가 완쾌할 때까지 옆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 백선녀(원미경 분)는 분노했다. 엄마로서 당연히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 "이 집에 우리 딸 절대 못 보내. 당신이 내 딸한테 어떻게 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발목을 잡아?"라며 봉해령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던 시모 장경옥(서이숙 분)에게 화를 냈다.
딸과 함께 서 있는 옛 사위를 향해서도 "죽는다고? 혼자 죽지 왜 착한 내 딸을 끌어들여, 왜?"라고 원망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봉해령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오래 생각한 거다. 아무리 이러셔도 저 안 돌아간다. 미안해요 엄마"라고 말해 백선녀는 두 번 좌절하게 만들었다.
결국 사돈집 소파에 드러누운 그는 "그래 좋아. 같이 살지 뭐. 내 미련한 딸이 진흙탕에 뛰어든다는데 애미가 깨끗한 길을 어떻게 다녀. 이 미련곰탱아. 천하의 등신아"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죄송하다"는 유현기에게는 "난 금방 죽는다는 자네보다 내 딸이 더 아파. 자네가 미워죽겠네"라고 말했다.
봉해령보다 백선녀에게 200% 공감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다수다. 심지어 방송 말미 기억을 잃고 도로 한복판을 헤매는 유현기를 찾고자 봉해령이 달리는 차들 사이를 뛰어들 때 시청자들은 할 말을 잊었다. 봉해령을 구하고자 또다시 서지건이 사고 위험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
비록 예고편에서 서지건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극단적인 전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원래 착하긴 했지만 뇌종양보다 더욱 몹쓸 '천사병'에 걸린 여주인공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가화만사성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