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스타들의 전유물처럼만 여겨지는 로맨틱 코미디가 중년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로 돌아왔다. 보통 중년의 사랑은 치명적인 멜로 드라마로 그려지거나 가족 드라마 속 곁다리 러브라인으로 표현돼왔는데, 이처럼 40대의 일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는 흔하지 않아 신선했고 반가웠다.
지난 30일 첫 방송된 SBS '끝에서 두 번째 사랑'(극본 최윤정 연출 최영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일로 얽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다. SBC 방송국 잘 나가는 드라마 CP 강민주(김희애 분)와 우리시 환경시설과 과장 고상식(지진희 분)은 드라마 장소 촬영 협조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였다.
둘이 서로의 얼굴을 알지는 못하는 상황. 중년의 로맨스인 만큼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기묘(?)하게 이뤄졌다. 각자 다른 병명으로 병원을 찾았다 스친 것. 강민주는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병원에 실려 갔고, 고상식은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한 시민의 행패를 막다 등에 소화기를 맞고 쓰러졌다. 서로를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이는 두 사람이 앞으로 연결될 인연임을 보여주는 복선이었다.
강민주와 고상식이 서로를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 곳은 강민주가 드라마 촬영 협조를 요청했던 장소 근처의 공원이었다. 공원 분수대의 시원한 풍경에 매료된 강민주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 속에 뛰어 들어가 자유로움을 만끽했고 딱딱한 공무원 고상식은 자신이 관리하는 시설에서 그런 행동을 벌이는 강민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지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계속 얽혔다. 서로 한 차례 통화를 했던 사이임을 알게 된 이들은 또 장소 협조 문제로 싸웠는데, 강민주가 고상식의 상사인 부시장의 도장을 받은 허가증을 꺼내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드라마 촬영이 한창 진행되던 중 여주인공이 번지 점프대에서 뛰어 내리는 촬영이 진행됐고, 강민주는 두려워하는 여배우를 위해 직접 번지 점프를 시도했다가 위기에 빠졌다. 점검을 받지 않은 시설에서 무리하게 점프를 감행한 탓에 줄이 끊어져 물에 빠지고 만 것. 마침 지나가던 고상식이 이를 봤고, 강민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특별한 점은 두 주인공이 나이와 직업에 걸맞은 고민들을 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마치 사랑에 빠지길 기다렸다는 듯 '기승전로맨스'로 넘어가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기를 거부한다. 대신, 어느덧 회사에서 중책을 맡은 사회인으로, 자신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추구해야하는 세대로서의 솔직한 고민을 그리며 조금 더 현실감 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는 중년 로맨틱 코미디의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랄 수 있는 부분. 그 때문에 더 응원해주고 싶은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끝에서 두 번째 사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