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요즘 전성시대다. 1990년대 '모래시계'부터 20년 넘게 전성기다. 배우 이정재다. 모델 출신의 8등신 미남 배우로 출발해서 지금은 어엿한 최고의 연기파로 손꼽힌다. 그런 이정재가 또 한 번 역사 속의 인물로 변신했다.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암살’의 친일파염석진에 이어서 3번째다. 이번엔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주역 켈로 부대 첩보원 대장을 맡았다. 항상 최고의 연기를 펼친 이정재의 이번 변신도 통할까.
이정재가 ‘관상’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박력은 대단했다. ‘관상’을 본 관객은 누구나 그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다. 수양대군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그 장면은 음악과 연출 그리고 역적의 상을 연기한 이정재의 얼굴까지 3박자가 조화를 이뤘다.
‘관상’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은 역사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철저한 악역이었다. 이정재는 얼굴에 또렷하게 남은 상처와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표정을 통해 수양대군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무엇보다 ‘관상’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관상’은 무려 91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리고 2년 뒤 이정재는 또 한 번 역사 속 악역에 도전한다. ‘암살’에서 염석진을 연기하며 친일파를 대변했다. 염석진은 수양대군처럼 실제 존재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 시절 충분히 존재했을 법한 인물이다.
임시정부를 위해 일하다가 변절해서 더욱더 악랄하게 독립투사들을 잡기 위해 나서는 경찰로 등장했다. 특히 반민특위 법정에 서서 결국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명대사를 남기면서 ‘암살’을 빛냈다. 지난해 ‘암살’은 ‘베테랑’과 함께 쌍천만을 이끌며 무려 1200만 관객이 관람했다.
다시 해는 바뀌어 2016년, 이정재는 해군 첩보부대를 이끄는 장학수로 돌아왔다. 실제 존재했던 해군 첩보부대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 ‘인천상륙작전’에서 이정재는 장학수 역을 맡았다. 장학수는 한국전쟁 중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위해 투입된 대북첩보부대를 이끄는 대장으로 뛰어난 판단력과 용기 그리고 대원들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 가지고 있다.
장학수는 단순히 첩보부대를 이끈 영웅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로 인해서 아픈 사연을 가진 복잡한 인물이다. 이정재는 장학수를 연기하며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서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고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까지 폭넓게 표현해냈다. 배우로서 이정재가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풀어냈다.
역사 속에 존재했든 혹은 존재했을 법한 인물들과 찰떡궁합을 보여준 이정재가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앞선 두 편 못지않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