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다. 눈에는 꿀이 떨어질 정도로 달달한 하트가 무한으로 샘솟고 있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엔 애정이 한가득이다. "연애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연애학 개론을 펼치고 있는 김래원과 박신혜 덕분에 안방은 설렘 폭발이다.
김래원과 박신혜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에서 국일병원 신경외과 교수 홍지홍과 펠로우 유혜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13년 전 선생님과 학생으로 인연을 맺었고, 지금은 의사 선후배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시작은 홍지홍이었다. 그는 혜정을 다시 만난 날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을 저돌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해왔다. 타인에게 보호받는 법을 모르는 혜정은 그런 지홍의 사랑에 당황해했지만, 서서히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닥터스'는 병원을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휴먼멜로 드라마인데, 그 중심 인물이 바로 혜정이었던 것. 그리고 이 변화는 지난 1일 방송된 13회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물론 모든 것이 지홍과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혜정의 분위기는 초반에 비해 참 많이 달라졌다.
잠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지홍의 손을 잡고 노래를 들으며 데이트하는 걸 잊지 않았고 먼저 포옹을 하기도 했다. 구내식당에서 단 둘이 밥을 먹기 위해 동료들을 따돌리기도 했고, 수술이 끝난 뒤 지홍의 어깨에 기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모든 데이트가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기만 했다.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홍과 혜정의 연애를 훔쳐보고 있는 느낌. 꽃을 보고 "혜정아"라고 한다거나 느닷없이 손키스를 날리는 지홍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그만큼 김래원과 박신혜의 연기가 깊이감 있고, 탁월했다는 의미다.
두 사람 모두 상황에 따라 눈빛, 표정, 말투를 적절히 바꾸며 캐릭터의 감정에 시청자들이 오롯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 그리고 이는 기존의 의학 드라마와는 달리 극적인 요소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서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는 이유로 손꼽힌다. /parkjy@osen.co.kr
[사진] '닥터스' 캡처